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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 례 음 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40> 138 만왕의 왕(상)

by 파스칼바이런 2016. 11. 12.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40> 138 만왕의 왕(상)

평화신문 2016년 11월 13일 발행 [1389호]

 

 

▲ 1562년판 「제네바 시편집(Genevan Psalter)」

 

 

138번 성가는 종교개혁이 발생하던 때 세상에 나온 곡이다. 당시 우리 교회는 전례를 거행할 때 라틴어로 된 그레고리오 성가를 불렀는데, 대부분 성직자나 수도자들 혹은 다성음악을 훈련받은 전문 합창단이 노래했다. 당연히 라틴어를 교육받은 바 없는 일반 신자들은 짧은 노래들을 외우고 있지 않는 한 성가에 참여할 수 없었다.

 

종교개혁 주역 중의 한 명이었던 칼뱅(Jean Calvin, 1509~1564)은 예배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성경의 시편을 자기들 언어로 함께 노래할 수 있도록 여러 시도를 했다. 가령 특별한 박자가 지정되어 있지 않은 그레고리오 성가를 박자가 있는 곡으로 바꿔 부르기 쉽게 만들거나, 일반 세속 곡의 선율 혹은 새로 창작된 선율에 시편 가사를 붙이는 시도를 했다.

 

사실 그는 예배 중에 부르는 노래에 상당히 엄격한 정책을 취했는데, 어떠한 악기의 사용도 금지했으며 따라서 노래도 무반주로 화음 없이 선율만 노래하도록 했다. 당시 나온 악보 중 화음이 붙어 있는 악보는 예배 이외의 모임에서 부르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찬송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라틴어로 된 시편을 자기네 언어, 즉 일반 대중들이 쓰는 프랑스어로 번역해야 했고, 여기에는 시인 마로(Clment Marot, 1496~1544)와 신학자 베제(Theodore de Beze, 1519~1605)가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해서 1533년에서 1543년 사이에 시편 가사로 꾸며진 성가집들이 나오게 됐다. 이 책들은 개신교 찬송가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제네바 시편집(Genevan Psalter)」이다. 최종적으로 150편의 시편이 집대성돼 완간된 것은 1562년이었으며 여기에는 ‘시메온의 노래’가 포함돼 있었다. 이 시편 찬송가집에는 여러 작곡가의 선율이 수록됐는데, 138번 성가의 선율도 그중 하나였다. 이 선율의 작곡자는 부르조아(Loys Bourgeois, 1510~1560)다.

 

이 선율은 ‘Old 100th’라는 이름으로 1551년 출판된 「제네바 시편집」 두 번째 판에 처음 등장한다. 이 이름은 시편에서 유래했는데, 본래 시편 134편이 가사로 수록되어 있었지만, 프랑스어로 된 「제네바 시편집」을 영어로 번역한 이들 중 한 명인 케쓰(William Kethe,)가 ‘땅 위에 거하는 모든 사람들아’(All People that on Earth do Dwell)라는 제목으로 시편 100편을 바탕으로 한 가사를 붙여 이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이 찬송가는 영국의 작곡가 본 윌리엄스의 편곡으로 1953년 영국의 엘리자벳 2세 여왕의 즉위식에서 불렸다. 하지만 후에는 여러 다른 가사가 붙기도 했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