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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좋은글모음(3)

[가족 여정] 가족 대화의 비결

by 파스칼바이런 2017. 12. 11.

[가족 여정] 가족 대화의 비결

 

 

 

 

필자는 오랫동안 가족 관계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 일을 해 왔습니다. 나름대로 이 분야에 대한 많은 비결을 터득했습니다. 하지만 “중이 자기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정작 저의 가정생활을 뒤돌아보면 여전히 많이 부족한 남편이고 아빠입니다. 부부 싸움을 할 때 아내는 이렇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가족 관계 프로그램 개발하는 사람이 나한테 그거밖에 못해?”

 

길을 아는 것과 실제로 걷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길을 제대로 알아야 걷는 것도 훨씬 수월한 법입니다. 지도가 명확해야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가족 관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가족 대화의 비결이 뭔가요?” 이 세상에 정답은 없습니다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모아 봤습니다. 사실 저도 완벽하게 실천하지 못하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① 따뜻한 눈빛으로 대화합니다.

 

대화는 입이 아닌 눈에서 시작합니다. 서로의 눈을 따뜻하게 마주 보는 것이 대화의 기본입니다. 눈을 보는 척하면서 인중이나 코 같은 다른 곳을 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모를 것 같지만 대부분 다 알아챕니다.

 

② 따뜻한 목소리로 대화합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가족이 나에게 곱지 않은 말로 말해서 자기도 그대로 돌려준다고 핑계를 댑니다. 오는 말이 곱지 않아도 가는 말을 곱게 하는 것이 진짜 사랑입니다.

 

③ 듣기와 말하기를 50대 50으로 유지합니다.

 

대화는 탁구를 치듯 주고받아야 합니다. 대화를 독점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의 마음을 전혀 표현하지 않는 것도 나쁜 습관입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착각입니다. 가족은 내 마음을 내가 얘기하는 만큼만 알고 있습니다.

 

④ 대화의 목적은 이해와 공감입니다.

 

대화는 결국 사랑을 위한 도구입니다. 하느님께서 대화라는 사랑의 도구를 만드신 이유는, 가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대화는 가족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뜯어고치는 수단이 아닙니다.

 

⑤ 입장 바꿔 생각해도 모를 수 있습니다.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건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도 서로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가수 김국환의 ‘타타타’ 노랫말이 이를 잘 표현합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⑥ 자신의 마음을 ‘솔정부’하게 표현합니다.

 

‘솔정부’는 ‘솔직하고, 정확하며, 부드럽게’의 약어입니다. 두루뭉술하게 빙빙 돌려서 말하면 괜한 오해를 낳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고 정확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드럽게’ 말하는 습관입니다. 옳은 말을 하는 사람보다 자신을 존중해 주는 사람에게 끌리는 법입니다.

 

⑦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습니다.

 

‘엄친아, 엄친딸’(엄마 친구 아들 또는 딸) 같은 표현은 자존감에 상처를 줍니다. 특히 가톨릭 신자들은 예수님이나 성모님과 비교하며 가족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⑧ 원하지 않는 것을 말하기보다는 원하는 것을 정중하게 말합니다.

 

“떠들지 마!” “휴대폰 하지 마!”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등 이렇게 “00 하지 마!”라는 말보다 상대방에게 바라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정중하게 말하는 것이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기 좋습니다. “조금만 조용히 해 주겠니?” “숙제 먼저 하면 좋겠어!” “하던 일에 집중하자!”

 

⑨ 웃는 얼굴로 대화합니다.

 

한국 사람은 일반적으로 눈꼬리는 6도 위로 올라가 있고, 입꼬리는 6도 내려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표정한 얼굴로 있으면 화난 것 같습니다. 잔잔한 미소는 대화의 윤활유와 같습니다.

 

⑩ 가족의 말을 중간에 끊지 말고 충분히 들어 줍니다.

 

누구든 말을 할 때 중간에 자르면, 아무리 좋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해도 기분이 언짢아지기 마련입니다. 상대방에게 무시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내 이야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씁쓸한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대화는 ‘듣기’(경청)에서 시작됩니다.

 

⑪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나누며 대화합니다.

 

대화 가운데 스킨십을 하면 물리적인 거리도 자연스레 가까워지지만, 정서적인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집니다. 지긋이 손을 잡거나 등을 토닥여 주는 것, 머리를 쓰다듬거나 가벼운 입맞춤, 따뜻한 포옹이 백 마디 말보다 훨씬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⑫ 가식적인 맞장구는 금물입니다.

 

콜센터 직원이 마치 앵무새처럼 “고객님, 그러셨군요~. 속상하셨겠어요~.”라고 기계적으로 말하는 상황을 상상해 봅시다. 가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어?” 또는 “그랬구나!”와 같이 적절하게 맞장구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진심으로 맞장구칠 때 효과가 있는 법입니다.

 

⑬ 닫힌 질문이 아닌 열린 질문을 한다.

 

닫힌 질문은 ‘예.’나 ‘아니오.’로만 답할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질문받는 사람은 공격받는 느낌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반면 열린 질문은 더욱 폭넓은 생각의 기회를 줍니다. ‘어떻게’라는 표현을 쓰면 효과적입니다.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풀어 나가면 좋을까?”

 

⑭ 지나치게 흥분했을 때는 대화를 중단한다.

 

대화를 하다 보면 감정이 차올라서 격해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대화를 잠시 중단하고 감정을 추스르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⑮ 꿈에 대해 대화한다.

 

가족과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가족 관계를 성장시키는 효과적인 대화 주제 가운데 하나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가족끼리도 서로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서로의 꿈을 응원해 주세요.

 

한 가지 당부를 드립니다. 지금까지 알려 드린 내용은 모두 여러분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 쓰셔야 합니다. 앞의 내용이 가족을 평가하거나 공격하는 수단이 될 것 같으면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습니다.

 

“영이 없는 몸이 죽은 것이듯 실천이 없는 믿음도 죽은 것입니다”(야고 2,26). 실천이 없는 지식은 죽은 것입니다. 실천이 없는 사랑도 죽은 것입니다. 함께 실천합시다!

 


 

* 권혁주 라자로 - 한 여인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로서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에서 일하고 있다. ‘아버지 여정’, ‘부부 여정’ 등의 가족 관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11월호, 글 권혁주 · 사진 정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