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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구약성경에 나타나는 세례의 예표 : 물 1(생명) 송태일 안셀모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천지창조 때부터 물은 “생명과 풍요의 원천”(가톨릭교회교리서 1218항)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원의에 따라 물을 지배하시고 질서 있게 분배하시면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당신이 물을 포함한 이 세상 모든 생명체의 주인이심을 드러내신다. 이를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 모든 피조물에 ‘생명’의 힘을 불어넣어 주시며 축복하신다(창세 1,1-2,4; 시편 104,3-18. 25-30; 에제 31,4).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아브라함의 후손들은 물을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권능으로 홍해 바다라는 물을 건넘으로써 해방된다. 구원의 은총을 받은 이 백성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향한 여정을 메마른 광야에서부터 시작한다. 메마른 광야 생활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실 물이다. 그러나 약속의 땅으로 가는 여정 중의 광야에는 물도 없었으며 그나마 물이 있어도 마실 수가 없었다. 광야에서의 물 부족은 죽음과 직결된 문제가 되었다; “우리와 우리 자식들과 가축들을 목말라 죽게 하려고 그랬소?”(탈출 17,3).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다가온 목마름에 의한 죽음의 두려움은 원래 자신들이 살아온 이집트 노예 생활로 회귀하려는 마음을 품기에 충분하였고, 급기야 모세에게 물을 내놓으라고 불평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이스라엘 백성의 목마름에 대한 불만 토로는 마실 물이 부족하다는 단순한 갈증에서부터 출발하였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결국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에 계시는가, 계시지 않는가?”(탈출 17,7)라는 하느님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더 나아가서는 자신들을 이집트 노예 생활에서 해방시키신 하느님의 구원 행위까지도 의심까지 하여 그분을 시험하고자 하는 중대한 죄를 짓게 되는 원초를 제공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하여 광야라는 목마른 땅에서 고통 받는 당신의 백성을 위해서 쓴물을 단물로 바꿔주시고 바위에서 물을 샘솟게 하시어 갈증을 해소해 주셨다(탈출 15,22-27; 16,1-36; 17,1-7). 이 물은 단순한 목마름의 해소를 위한 물이 아니라 죽음의 문턱 앞에 놓여 있는 당신의 백성을 살리시는 ‘생명’의 물이다. 더 나아가서 이 물은 본래의 이집트 노예 생활로 다시 돌아가려는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이끌어 가시기 위한 하느님의 축복이며 구원의 상징이다; “내가 목마른 땅에 물을, 메마른 곳에 시냇물을 부어 주리라. 너의 후손들에게 나의 영을, 너의 새싹들에게 나의 복을 부어 주리라‘(이사 44,3).
40년의 기나긴 광야 생활을 마치고 약속의 땅에 들어서기 바로 직전에 이스라엘 백성은 극복해야할 또 다른 커다란 장벽인 요르단강을 만난다. 하느님께서는 여호수아를 통하여 계약 궤를 멘 사제들이 요르단강에 들어가 서 있으라는 명령을 내리신다. 하느님의 말씀대로 하자 위에서 내려오던 물은 멈추어 섰고, 강 언덕까지 차 있던 물은 마른 땅이 되어 백성들 모두가 강을 건너 약속의 땅에 받을 딛게 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바다를 건너 노예 생활에서 해방된 사건은 세례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해방‘과 ’새 백성‘을 상징하며, 요르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으로 들어간 사건은 세례를 통하여 참여할 하느님 나라에서의 ’영원한 생명‘을 예고함으로써 세례의 예표라고 할 수 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221-2항). 우리 신앙인은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백성이 되어 약속된 하느님 나라에서 받을 ’영원한 생명‘을 향하여 광야라는 삶의 여정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세례로 인하여 죄의 노예에서 해방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광야에서 주어지는 배고픔과 목마름을 이기지 못하고 불평하며 이집트의 노예 생활로 다시 회귀하려는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광야는 그리 척박하지 않다. 왜냐하면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물‘을 주시며, 그 물을 취함으로써 약속된 땅인 하느님 나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5월 6일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인천주보 4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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