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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현장 돋보기] 사람답게 산다는 것

by 파스칼바이런 2018. 12. 14.

[현장 돋보기] 사람답게 산다는 것

도재진 바오로(보도제작부 기자)

가톨릭평화신문 l 2018.12.09 발행 [1493호]

 

 

 

 

“우리를 기계로 보지 마세요.”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위원장의 말이 기자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라이 위원장을 만난 것은 11월 중순이었다. 그가 있는 곳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말이 잘 통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그와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그는 하나둘씩 이야기를 풀어냈다.

 

라이 위원장의 고향은 네팔이다. 그가 처음 한국에 온 것은 1998년이었다. 한국 생활만 20년이 넘는다. 그는 봉제공장과 금속공장 등을 돌며 일을 했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로서 받는 부당한 대우와 차별은 생각보다 심했다. 그래서 2010년부터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9년이 되도록 크게 변한 것은 없다. 그가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은 고용허가제다.

 

고용허가제는 2004년 8월 시행됐다. 이주노동자는 최대 4년 10개월 일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권리가 사업주에게 있다 보니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직장도 마음대로 옮길 수 없다. 사업주 동의 없이 직장을 옮기면 비자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임금을 받지 못하고 폭행을 당해도 그냥 참을 수밖에 없다.

 

라이 위원장은 등록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는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등록되지 않은 경우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사업주들이 일을 시키기 위해 붙잡아 두는 것이다.

 

등록되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법무부의 단속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단속 과정에서 다치는 경우도 있고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법무부 단속 중 이주노동자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77명이 부상을 당했다.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성폭력 문제도 있다. 라이 위원장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 법적인 절차도 잘 모를뿐더러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라이 위원장은 노동허가제를 도입해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도 개선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사업주들의 인식 개선과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주노동자들의 싸움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