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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2018 중동을 돌아보며 (박현도, 스테파노,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인문한국 연구교수) 가톨릭평화신문 l 2018.12.16 발행 [1494호]
연말이면 늘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고 쓰지만, 중동만큼 이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곳도 없을 것이다. 올해도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2011년 3월 민주화 시위에서 파생된 시리아 전쟁은 올해로 7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2015년 3월 후시반군에 쫓긴 예멘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달아나면서 시작한 예멘 전쟁은 3년 넘게 진행 중이다. 폭력에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의 수를 헤아리기 어렵고, 고대 유적과 여러 문화재는 잿더미로 변하였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당시 안전보장상임이사회 5개국과 독일이 이란과 맺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라고 부르는 핵협정을 폐기하고 이란 경제제재를 천명하였다. 기존 협정을 최악이라고 비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이 새로운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요구하며 제재라는 칼날을 휘두른 것이다.
11월에는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한국은 다행히도 유예 조치 대상국이 되어 향후 6개월간 계속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지만, 계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란은 이에 반발하며 원유 수출을 막을 경우 페르시아만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주변 친미 국가의 원유 수출도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30%가 통과하는 이곳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세계 유가는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뛸 것이다. 우리나라가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99%는 이곳을 통과한다.
지난 10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 이혼 서류를 받으러 들어갔다가 살해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카슈끄지 살해를 인정하였지만, 빈 살만 왕세자가 살해에 개입되었다는 세간의 의혹을 부인하면서 ‘아랫것’들이 왕세자에게 과잉충성하다 벌인 우발적인 사고라고 해명하였다.
시리아 전쟁에서 쿠르드 문제로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터키는 자국 내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사건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압박하는 기회로 삼아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고, 미국은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보듬고 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형국이다. 실로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국익이 인권보다 더 우선하는 냉혹한 국제정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2018년 중동에서는 참 많은 사람이 죽었다. 타국에 있는 자국 공관에서 살해된 것이 너무 충격적이라 카슈끄지의 죽음에는 세계 언론이 관심을 쏟았지만 매일 목숨을 잃는 시민들의 죽음에는 관심이 없다. 인권운동가 외에는 시민들에게 시선조차 돌리지 않는 비정한 일상이 지속된 2018년이었다.
예멘에서는 무려 16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매 끼니를 걱정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종전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시리아도 마찬가지다. 예멘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보니 폭력의 끝을 좀처럼 보기가 쉽지 않다. 시리아나 예멘이나 모두 내전으로 시작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국제전이기 때문에 종전이 쉽지 않다.
21세기 헤로데는 국익이다. 2000년 전 헤로데가 죽인 아이들이 지금은 국익이라는 미명 아래 인권을 짓밟힌 채 죽어가는 시리아, 예멘의 시민들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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