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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주님 성탄 대축일 -어둠 속에 오신 빛 가톨릭평화신문 2018.12.25 발행 [1495호]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2009년 로마에서 보낸 마지막 날이 떠오릅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을 순례하기 위해 동료들과 이른 아침 베드로 광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설치된 대형 구유를 볼 기대감으로 가득했던 우리를 맞이한 것은, 광장으로 통하는 길 양옆에서 이불과 옷가지를 가지런히 개며 아침을 시작하는 수많은 노숙자들이었습니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성탄 트리와 휘황찬란한 거리의 상점, 그리고 성탄의 화려함과는 전혀 무관하게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의 모습 앞에서 저는 묻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올해도 성탄이 찾아왔습니다. 성탄 미사를 함께 봉헌한 이들과 서로 축하를 건네며 기쁨의 인사를 나눕니다. 그리고 다시 물음을 던집니다. 우리는 무엇을 기뻐하는 것일까?
두 가지 감정
우리는 종종 성탄과 같은 축제를 지내며 대조되는 두 감정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구유에 안치된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며 여전히 우리 안에 자리하는 어둠을 발견합니다. 이번 성탄도 잘 준비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나,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오랫동안 가슴 깊이 숨겨온 상처에 아파하기도 합니다. 그런 우리를 구유의 아기 예수님은 여전히 환한 미소로 바라봅니다. 티 없이 맑은 예수님의 얼굴과 어둠이 깃들어진 우리의 삶.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시 구유를 바라봅니다.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다만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하시며 예수님은 밝게 웃어주시는 듯합니다.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서 평화가 밀려 들어옴을 느낍니다.
성탄의 깊은 뜻
성탄을 기뻐하며 축하를 건네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성탄의 깊은 뜻을 간과할 때가 많습니다. 구세주께서 아주 작은 고을 한 마구간에서 탄생하셨다는 것을, 아주 나약하고 여린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다는 것을, 많은 위험이 도사리던 춥고 어두운 밤 세상의 축제 뒤편에서 가난한 이들이 쓸쓸한 나날을 보내던 곳으로 오셨다는 것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그분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방문한 사람은 화려한 궁전의 임금이나 유식한 학자가 아닌 당시 가장 천대받던 목자들이었음을, 별을 좇아 먼 길을 나섰던 동방의 박사들이었음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성탄의 축제와 자신의 비천한 삶의 거리 앞에서 불편해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먼 거리를 주님께서 뛰어넘어 우리에게 오셨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미천하고 누추한 삶 안으로 말입니다. 우리의 비천한 삶의 무게를 함께 지고 가시기 위해, 우리의 나약함 안에서 놀라운 구원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 소식이 우리만이 아닌 세상의 모든 이를 향한 기쁜 소식일 수 있도록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가장 어두운 곳에 있는 이들 속에서 우리를 향해 손짓하시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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