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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 수녀의 중독 치유 일기] (7)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시는데, 하늘이 열렸다(루카 3,21-22) ‘높으신 분’께서 도와주셔서 가톨릭평화신문 2019.01.13 발행 [1498호]
주님 세례 축일은 우리 삶에서 하느님이 주신 선물 가운데 특별히 세례를 통해 그분의 자녀로 등록되는 날로 꼽을 수 있겠다. 어린 시절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처럼 내려오셨다는 성경 이야기를 아일랜드 신부님으로부터 동화 속 이야기처럼 들었다. 한국말이 서툰 신부님이 말씀하실 때 표정이나 목소리에서 정말 하늘이 열려 신비로운 새들이 날아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시골 성당 앞마당의 큰 나무 숲에서 재잘거리는 새들을 보면 혹시나 신비스런 비둘기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할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성당 제대 벽면과 십자가의 길 그림들이 석회판 위에 알록달록 그려져 있는 성화를 보며 강렬한 느낌을 받은 적도 있다. 마치 그 느낌은 하늘이 열리는 모습을 상상하게끔 했다.
중독이라는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많은 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만나면서 예수님의 세례 이야기는 상상 속의 그림 이야기가 아니라 중독이라는 허물을 벗고 생명의 삶으로 온전히 봉헌하는 날, 새로 태어나는 세례의 기쁨을 맞이하는 순간임을 간혹 경험하게 한다. 절박한 삶의 끝자락에서 새로 태어나기를 바라고 하느님 자녀로 등록되기를 바라시는 초대에 기꺼이 응답하는 분들이 그렇다. 그러한 응답으로 술과 도박을 끊고 변화되는 모습은 세례성사의 큰 은총으로 하늘이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영성을 구현하기도 하지만 특별히 “가난한 이들 가운데 더 가난한 이들을 우선 선택하는, 강생의 영성을 사는 성가소비녀회의 영성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곳”이기도 하다. 중독 전문 치료자들이 수도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센터를 찾아와 치료를 받는 분들은 종파를 초월한다.
처음에는 수도자에게서 상담과 교육을 받는 것을 낯설고 불편하게 느끼기도 하지만 놀랍게도 잘 적응하시는 분들에게서 마치 수녀원에 입회한 지원자들처럼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8주간의 교육프로그램과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의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종교와는 무관하게 스스로 “나는 중독자였다”라고 시인도 하지만 나를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실 분은 “높으신 분”이라고, 또는 “각자가 믿게 된 높으신 분께서 나를 중독에서 빠져나오게 하셨다”라고 고백하는 분들이다.
자신의 한계와 약점을 인간으로서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어떤 다른 힘” “초월적인 신의 힘”을 갈망하게 되는 것, 이것이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며 중독이라는 문제에서 벗어나는 실마리를 찾게 되는 핵심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오늘도 중독이라는 다양한 유혹에서 높으신 분 앞에 머리를 숙이고 “당신께서 도와주지 않으시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기도하며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이분들에게 하늘이 열리고 비둘기 형상의 성령께서 축복해 주시면서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말씀하고 계실 것을 믿는다.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상담전화 : 032-340-72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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