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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성체 성혈 대축일 - 거저 베푸시는 사랑 가톨릭평화신문 2019.06.23 발행 [1520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느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늘 가슴에 품고 사는 물음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그 물음에 인간은 ‘하느님의 무상한 은총’으로 산다고 답합니다. 여기서 ‘무상한’이라는 말이 ‘값없는’ ‘거저 주는’을 의미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도 있지만, 공짜만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 삶을 들여다보면,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무상으로 주어지는 사랑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장정만도 5000명가량이나 되는 군중을 배부르게 먹이시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 모든 일이 배고픈 군중의 처지를 헤아리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마음에서, 예수님께서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고, 제자들이 그 빵을 군중에게 나누어준 행위에서 비롯됐음은 분명합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빵을 떼어 나누어주는 행위에는 세상의 눈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경제나 시장의 논리로는 그 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이기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빵을 떼어 나누어주는 아주 작은 인간적 행위를 통해 가능케 되었다는 것은 세상의 논리를 뛰어넘는 삶의 다른 차원이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것은 인간 사이의 인격적 관계이며, 그 관계 안에서 무상으로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만이 서로를 살아가게 한다는 것입니다.
무상으로 나누어주는 사랑의 행위는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지만, 그것이 지닌 놀라운 힘과 의미를 헤아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특별히 선물을 주고받을 때 우리는 경험합니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무상으로 내어주는 사랑과 나눔의 행위라는 것을 말입니다. 거저 주는 것이 경제와 시장의 논리에 맞지 않음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러한 일을 종종 행합니다. 그리고 경험합니다. 그 사랑이 우리가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그 점을 잘 드러냅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새 생명을 바라고 기대하고 희망합니다. 생명이 태어났을 때 놀라운 선물을 받아 안고 기뻐합니다.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태어난 아이는 부모님의 무상한 사랑으로 살며 성장합니다.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약해지면 세상에서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아 서글픈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힘없고 지능이 약해진다고 하더라도 나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의 눈으로 볼 때 나는 그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고 사랑하시고 희망을 두시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이 우리를 살게 하고 희망하게 하는 것입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바로 그렇게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신 아버지 하느님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온 삶으로, 특별히 몸과 피를 내어주는 성체성사로 아버지 하느님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성체 성혈에서 우리를 바라시고 사랑하시며 우리를 위해 당신을 온전히 내어주신 아버지 하느님을 만날 수 있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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