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식 시인 / 해바라기 쓴 술을 빚어 놓고
두고 두고 노래하고 또 슬퍼하여야 될 팔월(八月)이 왔소
꽃다발을 엮어 아름다운 첫 기억을 따로 모시리까 술을 빚어 놓고 다시 몸부림을 치리까
그러나 아름다운 팔월(八月)은 솟으라 도로 찾은 깃은 날으라 그러나
아하 숲에 나무는 잘리우고 마른 산(山)이오 눈보라 섣달 사월(四月) 첫 소나기도 지나갔건마는 어데 가서 씨앗을 담아다 푸른 숲을 일굴 것이오
아름다운 팔월(八月) 태양(太陽)이 한 번 솟아 넓적한 민족(民族)의 가슴 우에
둥글게 타는 기록을 찍었소 그는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목마른 사람들의 꽃이오 그는 불사조 괴로움밖에 모르는 인민의 꽃이오
오래오래 견디고 또 기다려야 될 새로운 팔월(八月)이 왔소
해바라기 꽃다발을 엮어 이제로부터 싸우러 가는 인민십자군(人民十字軍)의 머리에 얹으리다
해바라기 쓴 술을 빚어 놓고 그대들 목을 축이러 올 때까지 기다리리다
팔월(八月)은 가라앉으라 도로 찾은 깃을 접고 바람을 품으라 붉은 산(山) 황토벌도 역사의 나래 밑에 그늘진 자유 방자 엄돋는 인민의 꽃 해바라기에 물을 기르라
자유가 두려운 자 아름다운 사상과 때에 반역하는 무리만이 이기지 못하는 무거운 역사의 그림자
팔월(八月)은 영화(榮華)로운 팔월(八月)의 그림자를 믿으라 죽임을 모르는 인민들은 죽임을 모르는 팔월(八月)의 꽃 해바라기에 물을 기르라
종(鐘), 백양사, 1947
설정식 시인 / 헌사(獻詞) 부제: 미소공동위원회(美蘇共同委員會)에 드리는
화강석 천년 낡은 뜻은 산을 떠나 불기둥 됨이라 메어다 쌓아 올린 성채(城砦) 굽은 어깨로 늙은 인민의 땀은 숭늉이러니까 해에 저린 고마움이어 오장(五臟)에 배이도록 천년을 가는 것을
천년을 가는 것은 청동(靑銅)만이오니까 꽃을 날리고 가시 돋음은 뿌리를 지킴이라 미음 같은 땀을 삼키며 굵은 뿌리로 헤아리는 조국의 흙이어 네 바람 속에 안식을 나르게 할 나래 돋치려 천년을 묵은 인민의 어깨라
이제 때 정(正)히 왔음은 보람 헛되지 않음이니 역사가 스스로 구을리고 또 떨어뜨리는 과실이라 새삼스러이 혈서(血書)를 써서 무삼하리오 산을 떠나 불기둥 되어 일어선 우람한 성채(城砦)는 바위라 그는 곧 인민공화국주권(人民共和國主權)이니
요마(妖魔) 물러섬을 이름이오 방위(方位) 바로잡힘을 고(告)함이라 내 다시 경건하게 이르거니와 팽배한 세계의 조수(潮水)여 쓸리고 또 밀리는 민주주의(民主主義)의 흐름이어 네 바람 속에 깃들인 나래같이 활개 펴게 하여 천년 늙은 어깨를 가벼이 하라
포도, 정음사,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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