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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무인 매장, 키오스크 주문보다 쉽다?

by 파스칼바이런 2020. 3. 13.

비대면 무인 매장, 키오스크 주문보다 쉽다?

AhnLab 콘텐츠기획팀 l 2020-03-11

 

 

매장에 계산을 담당하는 직원도, 감시하는 관리인도 없다. 손님들이 물건을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설 필요도 없고, 직접 물건을 바코드에 대고 계산하는 과정도 없다. 진열된 물건을 들고 가져가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매장 전체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로 손님이 고른 제품을 그 자리에서 자동으로 계산해 매장을 떠나는 즉시 모바일 앱을 통해 등록해 놓은 카드로 자동 청구하기 때문이다.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이 아니고 아마존이 운영하는 계산대 없는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 그로서리(AmazonGo grocery)의 모습이다. 이 같은 무인 매장은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 더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유통사인 아마존은 지난 2018년 1월 계산원 없는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를 오픈해 현재 23개 매장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2년 뒤인 2020년 2월 시애틀에 기존 매장보다 4배나 넓은 식료품 무인 매장인 '아마존 고 그로서리(AmazonGo grocery)'를 오픈했다.

 

이 식료품 무인 매장은 아마존 고 편의점처럼 손님이 게이트형 개찰구에서 스마트폰 앱을 스캔하고 들어가면 수백 대의 천장 카메라와 선반 무게를 재는 센서 등이 카트에 무엇을 담는지 확인한다. 물건을 진열대에서 들면 앱 속의 가상 바구니에 들어가고 제품을 다시 올려놓으면 가상 바구니에서 제거된다. 손님들이 물건을 들고 게이트를 나가면 계산원이나 계산대가 없지만 자동으로 청구된다. 점원을 고용하지 않는 대신 해당 비용으로 식료품의 가격을 낮추고 고객이 계산대에 줄을 서지 않도록 해 쇼핑시간도 단축했다.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아마존 고 그로서리 무인 매장 기술을 공항 매장이나 스포츠 경기장 매장 등 다른 회사들에게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2017년 식료품 전문 유통체인 업체인 홀푸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무인 매장 속도 내는 국내 편의점 업계

 

아마존 고 무인 편의점 확산 추세처럼 국내에서도 편의점 업계가 가장 먼저 무인 매장 보급에 발벗고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 2018년 4월 주간에는 유인,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무인 매장 편의점인 바이셀프 편의점을 선보인 바 있는 CU는 최근 바이셀프 100호점을 열었다. 일반 편의점과 달리 본인 인증을 통한 출입 시스템 및 셀프 결제 시스템이 적용된 특수 점포로 주로 학교, 사무실, 공장 등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한 환경을 중심으로 입점하고 있다. 바이셀프 편의점은 CU 멤버십 회원 기반으로 모바일 앱을 이용해 출입 인증이 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고 사후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CU 측의 설명이다.

 

출입 인증 및 결제에 사용되는 CU 바이셀프 앱은 BGF리테일이 개발한 셀프결제 앱으로 스마트폰 하나로 출입 인증부터 상품 스캔,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고객 스스로 할 수 있다. CU 멤버십 고객이 이 앱으로 매장 출입문에 비치된 QR코드를 스캔하면 문이 열리고 상품 구매 시에는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바코드를 직접 스캔하고 구매 내역 확인 후 바로 결제할 수 있다. CU는 이 같은 바이셀프 편의점을 올해 말까지 200개까지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2018년 9월 서울 마곡 사이언스파크 LG CNS 본사 내에 테스트 형태의 무인 편의점을 열었던 GS25는 현재 무인형 15점, 하이브리드형 16점 등 총 31개의 스마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 고와 유시한 방식의 GS25 을지스마트점도 문을 열었다. 이 점포는 점원 없이 고객이 스마트폰 QR코드를 통해 입장해 상품을 들고나오면 자동 결제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34대의 AI 카메라가 고객의 동선을 추적하고 선반 내 무게 감지 센서를 통해 고객이 구매한 상품 정보를 자동으로 인식한다. 여기에는 BC카드와 스마트로, GS리테일 등이 자동결제 기술을 제공했다.

 

 

이마트24는 셀프 계산대를 통해 직접 계산하는 방식의 스마트 편의점을 50여개 운영 중이다. 주간 시간대에는 점원이 상주하고 야간 시간대에는 무인으로 운영한다. 아마존 고와 유사한 스마트 매장도 1개 운영 중인데 이 점포는 인공지능, 센서 퓨전, 머신러닝 등 첨단기술이 적용돼 매장 입장부터 퇴장까지 별도의 바코드 스캔이나 결제 등의 과정 없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세븐일레븐은 텍사스에 위치한 본사 매장에서 무인편의점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전용 앱을 통해 체크인을 하고 쇼핑을 하면 별도의 스캔 과정 없이 영수증이 출력된다. 국내에서는 편의점 업계에서는 최초로 2017년 5월 롯데월드타워스마트점 오픈을 시작으로 스마트 편의점 시그니처가 현재 17개 운영 중이다.

 

은행 업계도 무인 점포 확산 중

 

비대면의 직격탄을 맞은 건 은행 업계다. 인터넷 뱅킹이 늘어날수록 지점의 축소는 불가피하다. 여기에 요즘처럼 코로나19와 같은 비대면을 선호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무인 은행 점포의 확산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저금리, 대출 규제, 저마진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신규 점포 하나를 내기 위해서는 수억 원의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데 투자 대비 수익이 나지 않는 지점이 늘면서 은행 업계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지점을 축소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5개 시중은행은 지점을 36개 줄였고, KB국민은행, 신한, 우리, 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은 올해 들어서 100개 가까운 지점을 통폐합할 계획이다.

 

해외 은행들은 오래 전부터 오프라인 지점을 없애고 무인 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상업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어드밴스드 센터(advanced center)라는 이름의 무인 점포를 2017년부터 운용 중이다. 이 점포에서는 일반 ATM기에서 해결할 수 없는 대출, 은퇴설계 등 직원과 대면으로 거래해야 하는 복잡한 업무를 화상을 통해 직원과 연결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무인 매장에 앞장서는 해외 기업들

 

중국의 토종 커피브랜드 루이싱(瑞幸, Luckin)커피는 스마트 무인 판매 전략을 발표하며 무인 커피머신 '루이지거우(瑞卽購, 루이싱커피 익스프레스)'와 무인자판기 '루이화쏸(瑞劃算, 루이싱 팝미니)' 스마트 기기를 출시했다. 루이싱커피는 사무실, 캠퍼스, 공항, 기차역, 주유소, 고속도로 휴게소 등 전국 방방곡곡에 무인커피 머신을 설치하기로 했다.

 

 

무인커피 머신 이용 방법은 루이싱커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변에 가장 가까운 무인 커피머신을 등록하고 커피를 주문한다. 앱을 통해 내려받은 QR코드를 머신에 스캔하면 30초 만에 커피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루이싱커피 스마트 운영시스템과 연계된 무인 커피머신과 자판기에선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안면인식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일본 NEC는 매장에 설치한 카메라와 이미지 인식 기술 등을 결합해 계산대를 통과하지 않고 상품을 결제할 수 있는 무인 매장을 올해 2월 본사 빌딩에 오픈했다. 이 무인 매장에선 고객들이 구입하고 싶은 상품을 고른 후, 계산대를 통과하지 않고 그대로 퇴장하는 것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퇴장과 동시에 결제가 이뤄지고 급여 시스템과 연동해 정산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매장 측은 계산원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으며 이용자는 제품 스캐닝에 따른 계산대 대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 매장은 NEC가 소매업용으로 구축한 매출관리, 고객관리 등 점포시스템과 중국 '클라우드피크(Cloudpick)'사가 보유하고 있는 센서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연계해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NEC는 사원증, NEC의 생체인증시스템인 '바이오 이디옴(Bio-IDiom)', 얼굴 인증 AI 엔진 ‘네오페이스(NeoFace)’ 등을 활용한 입점 관리시스템의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급여 공제 결제방식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나 각종 전자화폐와도 연계해 결제를 순차적으로 고도화할 예정이다.

 

미국 내 무현금 소매 업체인 집인(Zippin)은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에 무인 매장을 열었다. 에너지 음료, 소다, 스낵 등의 상품을 판매하며 무게를 감지하는 선반이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선반에서 가져가는지 감지하는 방식이 이용됐다. 집인은 내년에 새크라멘토 킹스 농구장 내 무인 편의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스탠다드 코그니션(Standard Cognition)이라는 업체는 소비자가 매장 입구에서 앱의 버튼을 클릭한 뒤 매장에 입장하고, 쇼핑 후 계산 절차 없이 나오거나 키오스크에서 계산할 수 있는 스탠다드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문을 연 무인 매장 스탠다드 마켓은 계산대도, 보안 검색대도 없다. 대신 고객들은 입장할 때 전용 앱을 설치하고, 체크인 버튼을 눌러야 한다. 쇼핑이 끝나면 그냥 들고 나오면 된다. 계산은 앱과 연동된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를 통해 자동으로 진행된다. 스탠다드 코그니션은 보스턴 레드삭스 마이너 리그와 야구장의 팬스토어에 기술을 제공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무인 매장 기술적 한계 극복해야

 

무인 매장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특히 매장 내 손님이 많아지면 카메라 및 인식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물건 값을 제대로 판독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발생되고 있다고 한다. 선두업체인 아마존 고도 너무 많은 손님이 한꺼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매장 입장객 수를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가 일부 유형의 레이블을 읽을 수 없거나 사이즈가 일정하지 않은 의류를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인 매장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소멸도 논란거리다. 무인 매장이 활성화될 경우 대형 마트 및 편의점에 고용되고 있는 인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현재 약 500만명이 마트나 편의점 계산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무인 매장이 활성화된다면 이들은 모두 실직자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인건비 절감과 경영 효율화,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로 무인 매장의 전망은 밝지만 그 이면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와 사회적 해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