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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및 지식>/◈ 컴퓨터 & IT

'배리어 프리'로 다가가는 IT 기술들

by 파스칼바이런 2020. 4. 23.

 ‘배리어 프리’로 다가가는 IT 기술들

AhnLab 콘텐츠기획팀 ㅣ 2020-04-22

  

 

 

 

지난 4월 20일은 제 40회 장애인의 날이었다. 이 날은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IT 기술의 발전은 장애인들에게도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스마트폰이 나오고 배달 앱이 나오기 전까지 언어나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음식을 배달해 먹기란 하늘에 별 따기나 다름없었다. 배달 앱들이 개발된 후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클릭 한 번으로 어디서나 주문을 할 수 있게 됐다. 흔한 배달 앱이지만 이른바 장애인들의 장벽을 없애주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 효과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IT 기술을 통해 배리어 프리에 기여하고 있는 사례들을 찾아본다. (※ 이 글에 언급된 서비스는 언론 기사, 사용자 평판을 중심으로 선정한 것으로, 안랩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배리어 프리(barrier-free)는 일반인들에겐 좀 생소한 단어이다. ‘장벽’을 뜻하는 Barrier와 ‘자유’를 뜻하는 Free가 합쳐진 이 용어는 장애인 및 고령자 등의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 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인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기 위해 실시하는 일종의 사회적인 운동을 의미한다. 현재는 주로 공연예술이나 전시, 방송 등 문화생활에 주로 적용되어 문화적 장벽을 허물어 가고 있는 중이다.

 

영화가 가장 대표적이다. 음성 해설과 한글 자막 해설을 제공하는 배리어 프리 영화가 심심치 않게 선보이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고 있는 영화 기생충도 배리어 프리가 적용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연극과 뮤지컬에서도 시각 장애인석에는 해설을 송출하는 이어폰을 두고, 청각 장애인석에는 한글 자막이 나오는 모니터를 설치한 곳도 있다. 전시회에서도 점자 안내문을 제공하거나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장애인들을 위한 배리어 프리 여행

 

장애인들을 위한 지역 여행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전남 광주 남구의 BF 여행앱이 그것이다. 앱 하나면 휠체어를 타고 문화 해설사와 함께 손쉽게 호남 근대역사1번지 광주시 양림동 관광을 즐길 수 있다. 광주 남구는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총 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여행앱 개발사를 통해 앱을 개발했다.

 

‘남구 BF여행’ 앱은 무장애 여행지도 서비스(장애인 이용시설, 접근 경로, 위험지역), 테마별 여행프로그램, 방문자 예약 및 안내자 매칭 서비스, 양림동 내 장애인 주차장에 센서를 설치해 실시간 이용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장애인 이동경로 정보를 수록해 휠체어와 유모차 등이 이용하기 쉽지 않은 장애물 지역은 빨간색, 반대로 통행이 편한 곳은 초록색으로 표시했다. 지도에 표기된 세부정보를 통해 음식점과 의료시설, 문화체육시설의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 휠체어 충전기, 엘리베이터 설치 여부 등도 표기했다.

 

[그림 1] 무장애 남구 BF 여행 앱

 

국내의 대표적인 여행사인 하나투어가 고령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내놓은 배리어 프리 여행상품도 눈길을 끈다. 해외여행은 그동안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즐기기엔 제약이 많은 활동이었다. 비행기 탑승은 물론 휠체어 이용자를 배려한 여행 동선과 숙소 마련 등이 문제였다.

 

이번에 선보인 배리어 프리 여행은 해외여행 시 마주하게 되는 이러한 제약들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화장실과 편의시설들을 꼼꼼히 고려해 여행 동선을 구성했으며, 휠체어 리프트가 부착된 전용 차량과 전용 가이드, 숙소도 배리어 프리 전용룸을 갖춘 호텔을 이용한다.

 

숙박 앱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도 전국 ‘무장애여행지’ 12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여기어때는 전국에 위치한 여행지 중 장애인 화장실과 주차장은 물론,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한 편의시설을 갖춘 관광지 12곳을 선정했다.

 

무장애 여행은 장애인의 권리 제고를 위해 100대 국정과제인 ‘관광복지 확대와 관광산업 활성화’에 포함된 국가 정책이다. 여기어때는 취약계층의 물리, 제도적 여행 장벽을 허무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캠페인’을 진행, 2017년 6월부터 장애인 편의 숙소 발굴을 위해 국내 제휴점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장애인 편의 숙소 검색 기능을 사용자에게 제공해왔다. 장애인 편의 숙소는 전용 주차공간과 이들이 이용 가능한 객실 및 부대시설을 마련하고, 휠체어를 탄 채로 객실과 편의시설을 이용하도록 승강기를 갖춘 곳이다.

 

배리어 프리를 위한 IT 기술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 안에도 배리어 프리 기술이 들어가 있다. 설정 메뉴의 ‘접근성’에 담겨 있다. 스크린 리더의 ‘보이스 어시스턴트(Voice Assistant)’는 시력이 약한 사용자를 위한 음성 피드백을 제공해 누르기, 선택하기, 켜기 등 사용자의 동작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시인성 향상은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크기, 대비, 색상을 지정할 수 있고, 청각 보조는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오디오 기능을 조절하거나 다양한 보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구글 클라우드 기반 ‘라이브 트랜스크라입(Live Transcribe, 실시간 자막)’ 기능은 실시간으로 음성을 자막으로 변환해준다. 이는 난청 및 청각 장애로 불편을 겪고 있는 사용자에게 도움을 준다. 또 화면 내용을 읽어주는 음성 안내 지원(TalkBack), 텍스트 읽어주기(Select to Speak) 등을 비롯해 색약 기능, 음성 입력 기능 등을 지원한다.

 

[그림 2] 구글의 라이브 트랜스크라입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최한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시력이나 청력이 좋지 않은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기술들을 발표했다. 저시력·저청력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인 새로운 사용자환경(UI)인 ‘원 UI 2’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원 UI 2’에 시각장애인이 전등을 켜야 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빛 감지’ 기능을 추가했다. 청각장애인에게 유용한 ‘주변 소리 키우기’와 주위의 대화 내용을 글로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자막’ 기능도 넣었다. 애플도 장애인 접근성 향상을 기술을 일찌감치 선보여 왔다. 애플의 ‘손쉬운 사용’ 기능은 글자를 읽어주는데 화면을 보지 않고 손짓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능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이미지를 설명해주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 대표 메신저인 카카오톡도 2015년 접근성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저시력 사용자를 위한 고대비 테마도 제공한다. 카톡이 사진과 동영상의 저장된 시간을 음성으로 안내해 사용자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촬영된 이미지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저장시간 읽어주기’ 항목이 있고 시각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180여 가지의 캐릭터에 이름, 표정을 설명해주는 대체 텍스트를 적용했다. 보이스오버 또는 톡백 기능을 통해 ‘프로도·미소·이모티콘’라는 음성이 흘러나와 상대방이 어떤 이모티콘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반대로 이모티콘을 보내고 싶을 때는 이모티콘을 표현해주는 음성 안내에 따라 원하는 표정을 선택해 발송할 수 있다.

 

윈도우 운영체제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과 게이머들을 위한 엑스박스(Xbox) 컨트롤러 ‘Xbox Adaptive Controller’를 개발해 세밀한 조작이 아니더라도 이용자가 원하는 버튼 입력이 가능하도록 한데 이어 최근에는 파워포인트 내에 자막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AI 기능을 탑재해 파워포인트 상에서 실시간으로 자막을 보여주는데 한글은 프리뷰 버전이라 완벽하진 않지만 성능 업데이트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통신사 중에서는 LG유플러스가 장애인 전용 AI 서비스를 만들었다. 지체장애인들은 AI 스피커를 활용해 ‘장애인 콜택시’, ‘교통약자용 지하철 정보’ 등 장애인 전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음성으로 도서 콘텐츠를 AI 스피커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리세상’, ‘책 읽어주는 도서관’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식한 정보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시각장애인 전용 음성안내 앱 ‘설리번+’ 등을 선보여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더 다양한 배리어 프리 정책 나와야

 

이처럼 다양한 기술 개발에도 불구하고 배리어 프리는 일부의 ‘시범적인’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이 문화활동에 참여해 본 경험은 7%에 불과했고, 우리나라 전체 영화 중 배리어 프리 영화 제작 편수는 30여편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배리어 프리를 위한 더 다양하고 더 많은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