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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잘 도착했니? 김호균 신부(대구대교구 노동사목부장) 가톨릭평화신문 2020.11.01 발행 [1586호]
오지랖이 넓다 보니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중증 장애우 공동체를 돌보는 일입니다. 작년 몇 달 동안 그 공동체에 머물면서 신세를 졌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덜렁 떠맡게 되었습니다.
공동체에는 누워있어야만 하는 친구가 둘, 걸을 수 없는 친구가 열, 그리고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는 친구가 세 명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3분위 2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런데 두 달 전 즈음에 누워있었던 친구 하나와 이별을 경험했습니다. 이별한 친구는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았습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12년을 기어 다녔고, 12년을 남의 손에 끌려다녔고, 10년을 누워있었으며 2년을 바퀴로 다녔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살았던 자신의 행보를 정리한 것이 서른여섯 살 즈음이었고 공동체에서는 15년을 살았습니다. 그리고는 훌쩍 떠났습니다.
남은 이들에게 아련함을 남기고 그렇게 떠났습니다. 가족들에게는 짐일 수도 있었으나 오열했습니다. 그와 15년 동안 함께했던 공동체의 인연들 또한 괴로워했습니다. 살아 있을 때 더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과 떠난 것에 대한 허전함이 말 없는 감정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얼굴을 타고 내리는 눈물은 “잘 가!”라는 말을 대신했습니다.
그가 쓴 ‘뱀이 죽었다’라는 시는 평소 우리가 갖고 있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 속에서 살아왔던 아픔을 고발합니다. 그는 이 시를 적어 들고 하느님 곁으로 갔습니다.
뱀이 죽었다. 팔도 다리도 없는 놈이 독 하나 품고 있다는 이유로 몽둥이로 맞고 발에 밟혀 죽었다. 사실 독을 품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온몸으로 구불구불 세상을 기어 다닌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뱀이 떠났다. 개미에게 몸을 내어 주고 그렇게 떠나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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