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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주일 특집] 공동합의성에 바탕을 둔 평신도의 사명 우리의 교회라는 주인의식 갖고 더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가톨릭신문 2020-11-08 [제3218호, 10면]
코로나19로 바뀐 일상 중심의 신앙 평신도, 변화의 주체로서 역할 기대 함께 걷는다는 뜻의 ‘공동합의성’ 성직자·수도자·평신도 각 자리에서 하느님 자녀로서 책임 나눠지는 것 유기적으로 연결된 교회 구성원 “동등하게 존엄하며 역할 다를 뿐”
교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교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상황을 겪으며 변화와 쇄신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상황을 직면하고 먼저 돌파구를 마련한 이들은 바로 평신도들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세계주교시노드 설립 50주년 기념 담화’에서 언급한 ‘공동합의성’ 정신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더욱 부각되고 있다. 평신도 주일(11월 8일)을 맞아 공동합의성에 바탕을 둔 평신도의 사명과 존엄성을 되짚어 본다.
■ 평신도가 움직인다!
지난 8월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김용무, 담당 이재화 신부, 이하 의정부 평협)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신자생활 지침서」를 발간했다. 코로나19로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신자들이 신앙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평신도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 지침서는 의정부 평협이 교구에 먼저 제안하면서 자료 수집부터 작성까지 모든 부분을 주도했다. 이후 교구장 이기헌 주교까지 추천사를 통해 참여해 교구 차원에서 지침이 마련됐다.
앞서 5월에는 의정부 평협과 교구 선교사목국이 교구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신자의식조사’를 실시해 향후 사목방향을 고민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 가톨릭교회 평신도 신학연구단체인 우리신학연구소(소장 이미영)도 ‘펜데믹 시대의 신앙 실천’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평신도들이 주도한 두 설문조사 결과 공통점은 성당 중심에서 일상 중심의 신앙 실천으로 교회 구성원들 의식과 구조를 개혁해 나가야 하며, 무엇보다 평신도들이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목현장에서도 평신도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발견된다. 인천 부평1동본당(주임 현명수 신부)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본당의 사목적 대응을 집대성한 「2020년 코로나19 사태와 본당의 사목대응」을 발간했다. 이 중 ‘본당의 시간별 사목 대응’ 부분에서는 2월 22일부터 6월 14일까지 본당 주임 현명수 신부와 사목회 위원들이 거의 매일 모여 임시사목회를 열고 시간대별로 코로나19에 대응할 본당 방침을 시행해 나갔다. 이 모든 과정을 본당 기획홍보분과가 주도해 기록으로 남기고 사진과 영상자료도 책자 편집에 활용했다.
■ 공동합의성(synodalitas)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평신도 역할이 두드러지며 ‘함께’(syn) ‘길’(hodos)을 간다는 그리스어의 어원적 의미를 담고 있는 공동합의성(synodalitas) 정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2020년 추계 정기총회 개막연설에서 “공동합의성 정신을 심화시켜 모든 본당 사목구와 평신도 연합회를 참여시킬 때, 신자들을 교회 공동체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새로운 방책들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아우구스티노) 회장은 “코로나19와 같이 혼란스러운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자 자기 위치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교회가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은 공동합의성 정신을 바탕으로 모든 교회 구성원이 자기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박문수(프란치스코) 소장은 “코로나19 대응은 어느 한쪽이 아니라 평신도와 성직자가 함께 협력했기 때문에 가능했고, 공동합의성에 바탕을 둔 협력은 이제 이론이 아니라 삶의 문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동합의성은 결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며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각자 자리에서 하느님 자녀라는 동등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책임을 나눠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여러 교구들은 공동합의성 구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산하 평신도사도직연구소(소장 이창훈)는 ‘하느님 백성의 공동합의성 실현’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고, 그 다음 달에는 광주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신동열)가 ‘우리 시대가 요청하는 평신도 사도직’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함께 걸어가는 교회’(Synodalitas)를 신조로 내걸고 지난해 6월 창립한 의정부 평협은 교황청 신학위원회에서 낸 공동합의성 문헌과 관련해 평신도 지도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안내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여러 교구들은 공동합의성에 초점을 맞춰 교회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2019년 6월 29일 열린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창립총회에서 사명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신자들.
2019년 10월 19일 ‘누구를 위한 누구의 교회인가-하느님 백성의 공동합의성 실현’을 주제로 열린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평신도사도직연구소 세미나.
지난 6월 9일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와 선교사목국과 사목연구소가 주최한 ‘코로나19 신자의식조사’ 결과 발표 세미나.
■ 모든 신자들(Christifideles)의 교회: 하느님 자녀됨의 동등한 품위
“어떤 이들은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남을 위하여 교사나 신비 관리자나 목자로 세워졌지만,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공통된 품위와 활동에서는 참으로 모두 평등하다.”(「교회헌장」 32항)
공동합의성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기인한다. 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최현순(데레사) 교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강조한 단어인 동등한 품위(dignity)를 인식해야 공동합의성을 이해할 수 있다”며 “하느님 안에서 우리 모두는 존엄한 존재이고 위치에 따라 역할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신도의 품위를 올릴 때 성직자와 수도자의 품위도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교회는 어느 한 쪽이 올라가면 다른 쪽이 내려가는 시소게임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모든 곳이 연결돼 있는 몸과 같은 것이다. 즉 교회 쇄신을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의 품위를 알고 서로 경청하는 태도가 바탕이 돼야 하며, 그 중심에 평신도가 있다.
최 교수는 “교회 개혁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평신도들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그리스도를 따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손 회장도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시스템적인 보완과 함께 서로를 섬기는 낮은 종의 모습으로 기도와 자기 쇄신 노력이 어우러진다면 모두가 위기를 느끼고 있는 이 시기가 변화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평신도 주일 기획] 한국 평신도 ‘공동합의성’ 실현 노력 ‘함께 걸어가는 교회’ 구현… 교육과 체계 마련부터 가톨릭신문 2020-11-08 [제3218호, 1면]
정신 올바로 이해하도록 모든 교회 구성원 교육 필요 제도 장치 원활한 운영도 절실
한국교회에 ‘공동합의성’ 정신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이 평신도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면서 사회와 교회 안에 위기의식이 커졌다.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김용무, 담당 이재화 신부, 이하 의정부 평협)는 교구 선교사목국과 ‘코로나19 신자의식조사’를 실시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신자생활 지침서」를 발간했다. 평신도들이 교구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사목방향을 고민하고, 교구 단위 신자생활 지침 마련을 주도한 것이다. 비단 의정부교구만의 일은 아니다. 여러 교구와 본당 등에서도 기존에 성직자 역할이라 여기던 ‘사목’에 평신도들이 적극 참여한 사례들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들을 ‘공동합의성’ 정신이 잘 구현됐다고 손꼽는다.
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박문수(프란치스코) 소장은 “평신도들이 먼저 제안할 때 사제들이 기꺼이 빠르게 수용했고, 사제들의 그런 모습에 신자들이 협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는 데에도 공동합의성이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합의성(Synodalitas)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담은 용어로, 하느님 백성, 즉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포함한 모든 신자들이 ‘함께 길을 걸어 나간다’는 의미다. 오는 2022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주제도 ‘공동합의성’으로 정해지는 등 세계교회 안에서도 무게 있는 화두다.
공동합의성 구현 사례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의 노력이 쌓이고 쌓인 결과다. 지난해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를 시작으로 전국 여러 교구 평협이 공동합의성을 주제로 강의, 세미나, 심포지엄 등을 열어 공동합의성을 배웠고, 그 정신의 실현을 논의해 왔다. 또 지난해 6월 창립한 의정부 평협은 ‘함께 걸어가는 교회’ 즉 공동합의성을 신조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공동합의성은 아직 구현의 시작단계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일단 교회 각 구성원들이 공동합의성을 바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교육이 시급하고, 공동합의성 구현의 제도적 장치인 ‘협의회’(Consilium·평의회)의 원활한 운영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평협 손병선(아우구스티노) 회장은 “공동합의성이 구현될 전망은 희망적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공동합의성 구현을 위해서는 교회 내 각 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한 동시에 교회 조직 내에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최현순(데레사) 교수는 “교회 역사 거의 모든 개혁은 아래로부터 시작됐다”는 신학자 이브 콩가르 추기경의 언급을 인용했다. 이어 “평신도들이 자신을 파견한 이는 사제도, 수도자도 아닌 그리스도임을 인식하고, 자신의 품위를 아는 것이 공동합의성의 시작”이라며 “누구보다도 평신도들이 능동적으로 그리스도 구원 활동에 평신도의 방식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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