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하느님을 닮아가는 여정 박민규 기자 가톨릭신문 2020-11-29 [제3221호, 23면]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중 누가 더 거룩할까요? 스스로는 거룩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언론인 신앙학교에서 최현순(데레사) 교수가 질문한 내용이다. 누구도 답하지 못하고 있을 때 최 교수는 “거룩한 사람은 하느님을 닮은 사람이고 이는 하느님만이 아신다. 인간의 눈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각자가 하느님께 부여받은 모습대로 살면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하느님 시선에서 거룩한 사람을 찾고 판단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은 발견할 수 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김정선(이시도르)·배연임(비비안나) 부부는 기초연금으로 생활하면서도 빈병을 팔아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기부했다. 김씨 부부는 “주님의 자녀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선행은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함도 아니다. 흔히 말하는 착한아이 콤플렉스에서 오는 강박도 아니다. 단지 그들이 할 수 있을 만큼의 일을 한 것이다. 김씨 부부는 가난하지만 충만해 보였고 고달픈 몸이지만 여유가 느껴졌다. 이들에게서는 분명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겼다.
하느님을 닮아가는 데에는 위치와 명예, 경제적 상황 등 사회에서 인정받는 요소들이 필요하지 않음을 본다. 그저 지금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하느님 자녀라는 신원을 잊지 않고 그 기쁨을 표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교회 전례력으로 새해인 대림 시기를 시작하며, 내 안에 반짝이고 있는 별이신 그리스도를 따라 기쁘고 거룩한 여정을 떠나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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