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방법 도재진 바오로(신문취재부 기자) 가톨릭평화신문 2020.12.06 발행 [1591호]
“집에 들어가.”
11월 26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퇴근하라는 말을 들었다. 아무리 출근하면서 퇴근 생각을 하는 직장인이라지만 출근하자마자 퇴근이라니. 조심스레 이유를 물었다. 최근 회사 근처에 있는 한 건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단다. 회사 직원 3명이 그곳에 다녀왔다고 했다. 그중 한 명이 기자와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입사 동기였다. 동기가 그곳을 다녀온 날 저녁 여느 때처럼 그와 담소를 나누었다.
코로나19에 걸리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 미각과 후각을 잃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급히 책상에 있던 과자를 하나 꺼내 물었다. 다행히 온전히 맛과 냄새가 느껴졌다. 선배에게 “괜찮다”고 했더니 “그래도 들어가”라는 말이 돌아왔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증상은 없는데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에 간다”며 “별일 있겠느냐”고 했다. 가방을 챙겨 회사를 나왔다.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언제 집에서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집 근처 슈퍼마켓에 들려 먹을 것을 조금 사서 집으로 갔다. 오후 예정됐던 취재는 가지 못했다. 결과는 다음 날 오전에 나왔다. 동기를 포함해 회사 직원 3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 덕에 기자의 행동도 자유로워졌다.
최근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소규모 모임이나 직장 등 일상 속 공간에서 집단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3차 유행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당분간 확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동기가 있는 사무실을 지나가는데 칸막이 위로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동기의 머리가 보였다. 다시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코로나19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반성이 들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런 말을 했다. “‘2020년에 모임은 이제 없다’고 생각해 주시고 연말연시 모임을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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