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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01) 블라인드 동화처럼 아름답고 슬픈 로맨스 가톨릭평화신문 2021.01.31 발행 [1599호]
겨울에 어울리는 영화 ‘블라인드’는 색감이 빠진 모노톤의 설원 위에 그림 같은 저택이 황량하게 드러나며 시작된다.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게 된 주인공 루벤(요런 셀데슬라흐츠)이 절규하는 소리와 함께 물건을 내던지는 효과음, 정체 모를 비명이 저택 구석구석에 입체적으로 울려 퍼진다. 실명 이후 난폭해진 루벤이 간호인들을 힘들게 하고 견디지 못한 간호인들은 모두 일을 그만두게 된다. 새로운 가정교사로 채용된 마리(할리나 레인)는 단호한 행동으로 루벤을 제압하고 동화책 「눈의 여왕」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그녀는 선천성 백색증으로 어려서부터 사람들에게 놀림과 학대를 받아 온몸에 상처 자국이 남아 있다. 타인의 시선을 꺼려 판초와 같은 큰 외투와 모자로 몸을 가리지만 앞이 안 보이는 루벤 앞에서는 자신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루벤과 마리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영화의 모티브가 된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이 또 다른 축이 되어 이야기를 이끈다. 악마의 거울이 눈과 심장에 박혀 모든 것을 부정적이고 추악하게 보는 카이가 소녀 게리다에 의해 변화되는 동화 속 세상을 보며 루벤의 마음은 진정되고 눈을 감고 보는 것에 익숙해진다. 루벤은 점점 마리에게 호감을 느끼며 사랑하게 되는데 루벤이 상상하는 마리는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이 어색한 마리도 잃었던 미소를 찾으며 마음을 연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눈먼 사랑’이라고 깎아내리는 루벤의 어머니는 그들의 진실한 사랑을 보지 못하고 마리에 대한 왜곡된 편견으로 아들의 진정한 행복을 막는 세속적인 면을 보여준다. 루벤이 수술하면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리는 자신의 흉한 모습을 보게 될까 두려워 사랑한다는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진실한 사랑, 영원한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는 마리를 다시 만나기 위해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루벤의 마지막 선택은 가슴 아프다.
프랑스 고전영화 ‘망향’의 주인공 페페(장 가뱅)가 도피 중인 이국땅에서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러 가는데 “그녀에게는 파리의 향기가 난다”는 명대사를 남기며 고향에 대한 향수와 여인을 향한 절절한 심정을 표현하는 것과 같이 도서관에서 루벤이 마리의 체취를 기억하며 그녀를 알아보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책 읽어주는 목소리에 빠져들고 주인공들의 심리를 피아노나 바이올린 선율로 또는 유리와 얼음의 파열음으로 세련되게 전달하고 손끝과 체취로 상대를 알아보는 영화 ‘블라인드’는 시각보다는 촉각과 청각 후각으로 기억되는 영화이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는 토마스 사도에게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셨듯이 루벤도 마리를 눈으로 ‘보는 것’으로만 확인하려 했다면 평생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본 일이 없지만 그분을 사랑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그분을 보지 못하면서도 그분을 믿기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기쁨 속에서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믿음의 목적인 영혼의 구원을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1베드 1,8-9)
14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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