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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시사진단] 포스트 백신 시대의 ‘K-class’

by 파스칼바이런 2021. 4. 21.

[시사진단] 포스트 백신 시대의 ‘K-class’

(백강희, 체칠리아,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조교수)

가톨릭평화신문 2021.04.18 발행 [1609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백신 공급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는 백신 이후(포스트 백신)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는 사회 구성원으로 하여금 이전과는 다른 태도와 가치관을 갖도록 요구한다. 수업, 회의, 친목 활동 등 직접 대면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당연시 여겨져 왔던 우리의 생활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방식으로도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보여 주었다.

 

이제는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다양한 사회적 활동에 의문을 던지는 일도 흔치 않다.

 

‘코로나 이후’(포스트 코로나)라는 단어가 코로나 이전 시대와의 단절을 내포하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백신 이후’는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위험 이슈를 지속해서 대처해 나가는 보다 능동적이고 미래지향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우리 사회 곳곳에 나타난 새로운 변화들은 곧이어 우리가 경험하게 될 변화의 동력이 된다. 즉, 변화는 이전 시대와의 단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전 시대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성찰을 통해 연속적으로 이뤄진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이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서 이뤄진다면 그저 지난 과오나 실패를 청산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전 시대와의 연속 선상에서 이뤄지는 백신 이후 시대에서는 지난 성공은 물론 과오나 실패 모두 차후 시대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소중한 유산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백신 이후 시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언론은 우리 사회 내 중요한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과 책임을 지닌다. 따라서 언론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태도와 가치관을 견인해야 한다. 과거의 성공, 실패, 위기가 미래를 위한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지난 경험에 대해 객관적이고 때로는 신랄한 비판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자신의 실패는 물론 사회적 위기의 원인을 일단 자신을 제외한 외부 상황에서만 찾으려고 한다면 희망이 없다. ‘잘 되면 내 덕, 안 되면 남 탓’을 하는 인간의 자기본위적 사고로 인한 오판은 언론으로 인해 사회적 양극화를 싹트게 하는 거름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타인에 대한 관용과 포용의 태도를 배양하는 영양분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정체성에 근거를 두고 사회적 사안을 지각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미디어가 사회 내 다양한 집단 간 이해충돌 사안을 다루면 시청자들은 자신이 어느 집단에 속하는지 스스로 분류하여 집단정체성에 기반을 둔 판단을 내리기 쉽다. 자기본위적 사고 편향은 내가 속한 내(內) 집단에 대한 지지와 내가 속하지 않은 외(外) 집단에 대한 반감을 강화하는 자기집단 중심적 태도와 행동을 강화할 수 있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위해 활용되는 기준은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 기준이 객관적이라고 할 수도 없을뿐더러 ‘기준’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자기본위적 및 자기집단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언론과 공중 모두의 노력은 나 스스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오늘날 K-팝, K-드라마 등 K-문화는 우리나라에 대한 국내외 여론을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유의미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선제 대응은 K-방역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징표를 만들어냈다. 백신 이전 시대에서는 한국의 행동과 태도가 월드 클래스(world-class) 기준을 따라왔다면 백신 이후 시대에는 한국이 스스로 전 세계의 행동과 태도의 기준이 되는 ‘K-class’라는 새로운 지표를 제시할 수 있다. 그를 위한 첫걸음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우리의 행동과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개인 스스로, 또한 언론이 공중과 협력하여 점검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