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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빛으로 세상 보기] 끊이지 않는 산재 사고 이선호·정순규씨의 죽음 지난해 산재 사망자만 882명… “살자고 일하는데” 억울한 죽음 되풀이 가톨릭평화신문 2021.05.23 발행 [1614호]
매일 소중한 생명이 꺼지고 있다. 생명의 가치보다 절대 우선시 될 수 없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이윤과 효율만을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에 생명의 가치는 번번이 산산조각이 난다.
오늘도 누군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들은 안전 수칙이 무시된 노동 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오늘도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노동자들의 죽음은 되풀이되고 있다. 산업재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노동자 이선호씨와 정순규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집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산업재해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882명이다. 2019년보다 27명(3.2%)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노동자가 458명(51.9%)으로 가장 많았다. 재해유형별로는 떨어짐(328명), 끼임(98명), 부딪힘(72명), 물체에 맞음(71명), 깔림ㆍ뒤집힘(64명)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50세 이상이 639명(72.4%)이었고 이 중 60세 이상이 347명(39.3%)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산업재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 강은미(아가타)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1~4월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는 213건으로, 213명이 목숨을 잃었고 40명이 다쳤다. 4월의 경우는 66건의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해 64명이 목숨을 잃었고 21명이 다쳤다. 사망자 64명 중 25명은 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컨테이너에 피어난 장미꽃
서울 중구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는 13일 이선호(23)씨의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이씨는 4월 22일 평택항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바닥에 있는 이물질 제거 작업 도중 300㎏에 달하는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이날 추모 문화제는 묵념과 추모 공연, 추모 발언, 유가족 발언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 문화제에는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가 자리했고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와 노동계 관계자, 시민 등 100여 명이 함께했다.
행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스티로폼으로 만들어 놓은 컨테이너에 붉은색 장미꽃을 꽂으며 이선호씨를 추모했다. 행사 내내 담담함을 유지하던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끝내 아들의 영정사진 앞에 무릎 꿇고 목 놓아 울었다.
얼마나 더 소중한 생명 잃어야!
“우리가 살려고 직장 나가는 거지, 죽으려고 나가는 거 아니잖습니까.”
추모 문화제에서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아들의 죽음 앞에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이씨는 “일하러 갔다가 일 마치고 집에 가는 사람들은 재수가 좋은 사람들이고,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은 사람들은 재수가 없는 사람들”이라며 “이것이 오늘날 산업 현장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씨는 아들의 죽음이 자본의 논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고의 원인은 원청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법에서 정한 적정 수의 안전요원을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안전을 지켰으면 얼마든 살릴 수 있는 생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에 10만 원을 주고 (안전 관리자) 한 사람을 세웠더라면 우리 자식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에 더 이상 이런 아픔이 나오지 않도록 오늘로써 슬픔은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 정순규씨의 아들 석채씨가 경동건설과 제이엠건설 측에서 위조한 관리감독자 지정서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세상에 알려지기 힘든 죽음
정순규(미카엘)씨는 부산 경동건설 하청 노동자였다. 2019년 10월 30일 부산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중 비계(공사를 위해 철근으로 만들어 놓은 시설물)에서 추락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아직도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알지 못한다.
정순규씨의 아들 정석채(비오)씨에 따르면 경동건설과 하청업체인 제이엠건설 측은 정순규씨가 수직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다 2m 높이에서 떨어졌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정석채씨는 “경동건설과 제이엠건설 측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고 의심가는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경동건설과 제이엠건설 측에서 사다리 추락사로 끌고 가기 위해 사건 현장을 조작하고 심지어 추락한 정순규씨의 추락 위치도 옮긴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현장에 많은 작업자가 있었지만, 목격자도, CCTV도, 인근 차량 블랙박스도 모두 없다.
정씨는 “경동건설과 제이엠건설이 관리감독자 지정서도 위조했다”고 말했다. 관리감독자 지정서는 정순규씨에게 모든 안전관리 감독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문서다. 관리감독자 지정서는 유족이 필적감정을 의뢰한 결과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필적감정 후 관리감독자 지정서가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자 경동건설과 제이엠건설 측은 ‘아버지가 대신 작성해 달라’고 또다시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순규씨의 죽음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지만, 세상에 많이 알려지진 못했다. 정씨는 “경동건설이 부산의 대표적 향토기업이다 보니 부산 언론에서 이를 다루지 않았다. 서울 언론에서 보도했는데 이마저도 부산과 경남은 편성 문제로 보도하지 않았다”며 “모든 것이 경동건설을 비호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검찰은 12일 정순규씨 사건과 관련해 경동건설 현장소장과 제이엠건설 이사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선고는 6월 16일이다.
“죽음에도 차별이 존재하나요?”
정석채(비오)씨의 삶은 2019년 10월 30일 이후 완전히 뒤바뀌었다. 정씨는 유명 연예인들의 의상을 책임지는 스타일리스트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 생업을 포기한 채 아버지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싸우고 있다. 유족들은 정순규씨 죽음의 원인도 알지 못한 채 1년 7개월 동안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젊은 사람의 죽음이 안타깝죠. 하지만 죽음에는 차별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죽음의 무게도 감히 잴 수 없잖아요. 저희 아버지가 젊지 않아서 차별받아야 하나요. 아니면 저희 집이 잘 살지 못해서인가요. 그동안 울부짖으며 도와달라고 호소했어요. 그런데 뭘 해도 안 됐어요. 알릴 수가 없었어요. 뭘 얼마나 어떻게 더해야 하나 생각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정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유족들이 살아갈 수 있게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원인만이라도 알고 싶다”며 “유족이 이렇게까지 증거를 모았는데도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으니 진실을 알 수 있게 교회에서 도와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기도의 힘이 없었으면 제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함께 기도해주고 탄원서 작성에 힘을 모아준 서울 성산동본당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싸워보려고 합니다. 저희 아버지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 유족들을 위해서라도요. 교회가 방패가 돼서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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