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비생산의 정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최영일, 빈첸시오,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 가톨릭평화신문 2021.07.25 발행 [1623호]
오래전 일본의 기업조직을 연구한 학자가 일본 기업, 나아가 일본 사회공동체의 특성은 생산성, 효율, 경영합리화, 이러한 서구적 경영학의 요소가 아니라 독특한 전통적 조직문화의 깊은 뿌리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주장을 담은 저서를 읽은 기억이 난다. 일본의 사회적 특성을 규정짓는 말이 ‘연극사회’였다.
승객들이 너무나 조용한 대중교통 내부, 질서 정연한 거리, 비즈니스를 할 때 첫 만남의 명함 교환부터 깍듯한 인사, 대화할 때 다소 과장된 어조 등등 우리가 일본사람의 공통된 태도를 생각하면 쉽게 떠오르는 장면들이다. 오늘의 칼럼은 일본이나 일본사람, 일본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의 흑막에 대해서도 할 말은 참 많지만.
우리 정치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고 비판하려니 문득 오래전 일본 기업문화를 ‘연극사회’로 분석한 글이 머릿속에서 건져 올려졌다.
왜냐하면, 작금의 한국 정치가 바로 ‘연극정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넘어가야 하고, 그 운전대를 인수·인계받아야 하는 2022년 3월의 대선은 우리 한국의 미래에 참으로 중대한 이벤트이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마다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이번은 그 중요성이 더 크다.
지구환경의 재난 상황을 보라. 초유의 바이러스 전쟁 외에도 북미는 폭염, 유럽은 폭우로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이런 혼란 중에 경제전쟁은 치열하고, 우리가 끼어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각축은 격화되고 있다. 한류 문화는 세계를 열광시키고, 드디어 우리는 선진국 지위에 올랐는데 국내 정치의 수준과 작금의 여야 대선 레이스는 국민들에게 어떤 비전과 아젠다를 던지고 있는가?
매주 발표되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여야 유력 대선주자가 거론되며 양강 구도라고 하지만 여야 진영 내부로 들어가면 다자구도 속에서 펼쳐지는 예선전이 물고 뜯는 양상이다. 검증이라는 포괄적 영역에서 인격과 도덕성을 상호공격하고 있으며 토론을 통해 비전, 정책, 능력을 드러낸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실망이다. 여권에는 두 명의 총리 출신, 장관 출신, 국회의원, 광역 지자체장이 있고, 야권에는 헌정사상 초유로 직전 검찰총장과 역시 직전 감사원장을 필두로 경제부총리 출신과 광역 지자체장, 국회의원이 줄 서 있다. 이력 상으로만 보면 대통령감은 차고도 넘친다. 오히려 덜 나와도 될 상황이다. 이렇게 나와도 되나 하는 논란도 있다. 정당구도로 본다면 어차피 두 명의 맞대결이나 혹여 세 명쯤의 삼자 구도로 치러지게 될 터이니 아직 본선주자를 예단하지는 않겠다.
‘인물이 누구인가’ 보다 중요한 것은 ‘왜 누구인가, 무엇 때문에 누구인가’ 하는 오는 대선의 시대정신과 국가적 과제의 설정이 중요한데 뭔가 빠져 있다. 그것이 현재 대선전이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언제까지 우리 정치가 국민, 민생, 정의, 공정, 상식을 이야기하는 식상한 수준에서 산업화, 민주화 논쟁을 해야 한단 말인가. 언제서야 20세기적 사고에서 벗어나 21세기 중반을 향해 달리며 새로운, 혁신적, 창의적인 그 어떤 성장과 발전의 기획을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을까? 우리는 초인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균형 잡힌,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정부 시스템을 국민 전체를 위해 위탁 경영할 5년 임기의 전문경영인을 선발하는 것이다. 인물이 난삽하다면 우리가 잘 선택해야 할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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