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빈 평화칼럼] 인간에게 묻습니다 서종빈 대건 안드레아(보도국장) 가톨릭평화신문 2021.08.08 발행 [1624호]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0월 처음 발견돼 ‘델타’라는 이름표가 달린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다. 알파(α), 베타(β), 감마(γ)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우려 변이’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이다. 기존의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하고 심각한 증상을 유발한다. 기존 백신과 치료제의 유효성도 떨어진다.
바이러스(Virus)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형태인 미생물로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다. 동식물이나 미생물의 살아있는 세포에 기생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반면 미생물인 세균(Bacteria)은 스스로 영양분을 섭취하며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 바이러스에게 인간의 몸은 생존의 필수 조건인 숙주이지만 세균에게는 선택 사항이다. 그러나 인간 입장에서는 모두가 퇴치해야 할 적이다. 병적 질환을 일으키고 생명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감기나 독감, 에이즈는 바이러스성 질환이고 장염과 식중독, 패혈증은 세균성 질환으로 구분된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바이러스들은 인간 이외 다른 동식물에서 기생하다가 왜 인간으로 옮겨 왔을까? 바이러스 입장에서 인간의 언어로 바이러스의 하소연을 상상해 본다. “박쥐의 몸속에서 잘살고 있는데 왜 그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들을 죽여 우리를 못 살게 하는가?” “인간의 선택을 받은 반려종과 그렇지 못한 동물은 왜 차별하는가?” “당신들도 지구의 수많은 자연 생물체 중 하나로 ‘인권’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도 생명체인데 ‘바이러스권’이 있지 않나?”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인간처럼 서로에게 고통과 즐거움을 주면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공동 생태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렇기에 모든 생물체는 자신이 살기 위해 점점 강한 독성으로 진화하며 상대를 공격한다. 인간이 바이러스의 공격에 백신과 치료제로 강한 방어 기제를 만들수록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며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바이러스는 자신들로 인해 숙주인 인간의 몸이 죽으면 살아있는 다른 인간에게 옮겨간다. 전파에 의한 인간의 감염이다. 바이러스가 인간과 다른 동물 사이를 오가는 것은 그들로선 생존이고 진화이고 발전일 것이다.
바이러스가 지금 인간을 대상으로 과거사 청문회를 한다면 어떤 질문이 나올까? 우선, 자신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돌려주지 않는 이유를 물을 것이다. 또 창조주가 인간에게 맡긴 피조물 보호와 관리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엄격히 따질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생명체들과 규합해 인간 타도를 외치고 지구 생태계 관리권을 인간에게서 박탈해 달라는 고소장을 ‘하늘 법정’에 제출할 것이다. 고소장에는 인간의 생태적 범죄 행위가 낱낱이 기록될 것이다.
‘하늘 법정’에서 피고인 인간에게 창조주는 어떤 말로 심리를 시작할까? “내가 인간을 믿었거늘 말로만 나의 피조물을 찬미한다고 했구나. 지구를 내가 보기에 좋게 관리하겠다더니 이토록 병들게 한 이유는 무엇이냐? 말해 보아라.”
인간에게 해로운 병원균이 포함된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완전한 공생과 공존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창조주가 ‘먹이사슬’을 토대로 생태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본질은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생명체 간의 조화로운 발전이다. ‘하늘 법정’은 피고인 인간의 생태적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인간에게 생태적 반성과 성찰 그리고 자연의 회복을 명령했다. 집행유예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생명체가 서로서로 공격하기 위한 변이를 멈추고 자연의 본향에서 주어진 생명을 누릴 것.” 하느님의 마지막 주문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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