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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시사진단] I have a dream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22.

[시사진단] I have a dream

(임을출, 베드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가톨릭평화신문 2021.08.22 발행 [1626호]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마지막 8·15 연설이 있었다. 그 내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I have a dream(나에겐 꿈이 있다)’이다. 연설문 내용은 이러했다. 개인에게도 꿈이 있지만 나라에도 꿈이 있다. 우리가 독립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독립을 이뤘다. 잘 살아보자는 꿈을 이뤄서 지금 선진국으로 바뀌었다. 김구 선생이 ‘문화가 꽃피는 나라’라고 해서 문화강국의 꿈을 얘기했다. 지금은 그야말로 세계에서 케이팝서부터 영화 기생충 등 문화강국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문화강국이 됐다. 그것이 꿈을 가지고 지금까지 왔기 때문이다. 특히 변할 수 없는 꿈이 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꿈이다. 이 꿈 만큼은 놓치지 않고 가자는 호소다. 통일 동서독 사례도 있지만, 우리가 평화에 관련한 한반도모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꿈을 잃지 말고 가져가자는 내용으로 읽혔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갈수록 이런 꿈과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다른 꿈들은 어느 정도 이뤘지만 평화와 통일에 대한 꿈을 진전시키지 못한다면 과연 우리는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후대들에게 떳떳할 수 있을까.

 

북한이 최근 한미연합훈련을 맹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KBS가 광복절을 맞아 국민 통일의식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북한에 대해 반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71.4%로 나타났다. 특히 ‘매우 반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38.8%로 3년 동안 계속 증가했다. 통일에 대한 관심도 최근 3년간 조사 중 가장 낮은 67.5%로 조사됐다. 대북 백신 지원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의 집단면역 달성 이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67%로 가장 많았고, ‘지원하면 안 된다’도 19.1%로 뒤를 이었다. 다만 다행스러운 대목은 북한은 싫지만 통일은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긍정 응답은 65.2%로 나타난 점이다. 응답자 3명 중 2명은 통일은 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경제적 측면에서는 상당수가 북한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여전히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남북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이다.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통일전선부장은 지난 11일 발표한 담화에서 한미훈련을 겨냥, “(남한이) 북남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 손으로 날려 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해 똑바로 알게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 통신연락선을 13개월 만에 복구하면서 우리 남측에 ‘선택의 기회’를 주었지만 우리 측이 남북관계 개선 대신 한미훈련 실시를 선택했다고 “잘못된 선택으로 (남한)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의 위협적 언사들은 이전에도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씁쓸한 것은 그 어느 정권보다 남북화해와 협력에 공을 들여온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복원의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다. 북한은 나름대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 한미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상응 조치를 요구했는데, 결국 이를 이행하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북한 측 요구의 핵심은 남북관계와 관련한 적극적인 민족 공조와 강력한 자주외교를 펼치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아무리 어려워도 북한 측의 이런 원칙적 입장과 요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다. 뭔가 구조적으로, 근본적으로 남북관계가 꼬이는 느낌이다. 정말 이제 우리 국민 전체가 뭔가 새로운 합의를 이루고 용단을 내리지 않으면 평화통일은 그야말로 일장춘몽으로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