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군비경쟁과 종전선언, 양립할 수 있을까 (임을출, 베드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가톨릭평화신문 2021.10.24 발행 [1634호]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창건 기념일을 맞아 11일 대규모 열병식이 아닌 <자위-2021>이라는 사상 첫 국방발전전람회라는 것을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기념연설을 했는데, 그는 이 전람회가 “우리 국가가 도달한 국방과학, 군수공업의 경이적인 발전상과 그 눈부신 전망을 과시하는 일대 축전”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열병식에 못지 않게 큰 의의를 가지는 사변적인 국력시위”라고도 말했다. 그는 나아가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전쟁 그 자체를 주적으로 삼고 자위를 위한 힘을 세계적 수준에서 갖춘 전략국가, 군사강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국, 일본 등 주변국의 정상국가들이 모두 자위력 강화를 위한 군비를 증강하듯, 자신들도 똑같은 정상적인 국가로서 세계적인 무기개발추세와 한반도 주변의 군사정치적인 환경변화에 발맞춰 계속 군사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이 미국과 우리를 겨냥해 최근 부각시키고 있는 논점이 불공정과 이중기준이다. 자신들의 자위적인 국방력 발전에 대해서는 무력도발이라고 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내세워 속박의 족쇄를 채워놓고 미국과 남한은 일방적으로 설정해놓은 그 무슨 위협에 맞선다는 간판 아래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불공정하고, 위선적이라는 주장이다. 겉으로는 대화와 평화를 강조하지만 뒤에서는 최첨단 무기도입과 개발에 집중하는 남측의 태도는 결국 군사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시도로 인식한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복원을 기대한다면 자신들의 자위적 권리에 대해 시비 걸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내용에는 군사력에서 지금은 자신들이 우위에 있지만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에서 월등히 앞서 있는 한국이 방대한 첨단군사무기를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자체적으로 개발한다면 언젠가는 역전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남북 간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북미 간의 비핵화 외교가 진전되지 못한다면 남북 간 군비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은 한국뿐 아니라 특히 일본의 방위력 증강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일본 방위성은 내년도 방위비로 사상 최대치인 5조 4700억 엔(약 58조 원)을 요구했으며, 매년 상한선을 갈아치우고 있다. 군비경쟁은 한반도 차원뿐 아니라 동북아 차원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 각각 미국과 중국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전략 무기들을 증강시키고 있고, 우리도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해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전력증강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변 상황은 북한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에 상당 부분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것일까. 김정은 위원장은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 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남북한이 모두 종전선언의 필요성과 의의에 공감하면서도 뿌리 깊은 상호불신으로 군비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냉엄한 현실은 한반도에서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숙제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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