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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유익한 심리학] 성격과 신앙생활 (9) 성격은 바꿀 수 있다

by 파스칼바이런 2021. 11. 1.

[유익한 심리학] 성격과 신앙생활 (9) 성격은 바꿀 수 있다

김정민 라자로 신부(아중성당)

 

 

성격에 대하여 여러 정의가 있고 설명이 있지만, 간략하게 말하면 사람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반응하는 일정한 패턴을 말한다. 사람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반응할 때 주요 요인은 타고난 기질과 양육환경에서 형성된 특정한 심리구조, 곧 성격이다. 양육환경이 따뜻하고 허용적이며 수용적인 분위기라면 ‘타고난 기질’은 그대로 자기 경험과 함께 비교적 ‘자기’와 내적으로 일치하는 성격을 형성한다. 반면, 양육환경이 거칠거나 방임 또는 학대의 정도에 따라 ‘타고난 기질’은 수면 아래로 억압되어 숨어버리고, 환경이 요구하는 그 조건에 맞추어 방어적으로 생존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심리구조’, 곧 성격이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쉽게 “내 성격이 원래 그래!”라고 말하지만 원래 급하거나 충동적으로 감정조절이 안 되는 사람은 없다. 이런 사람은 타인에게 ‘원래 내 성격이 그러니 어쩔 수 없잖아? 네가 이해해라!’라고 말하기 쉬우나 그것은 틀린 생각이요, 잘못된 요구다. 우리가 잘못하여 지금의 성격을 갖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 탓하며 자기 성격을 고치려 하지 않는 것도 무책임한 처사다. 어렸을 때는 양육자의 책임이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자신의 책임이다. 자신에게 책임 있는 자세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참된 ‘자기 성찰’은 윤리 도덕적 반성의 의미가 아니다. 양육환경 안에서 덧씌워진 성격, 조건화된 반응, 가면을 찾아내는 내적 작업이요, 진정한 ‘나’를 만나기 위한 위대한 여정이다. 세상을 얻고도 자신을 잃는다면(루카 9,25 참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 여정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자기 내면에서 ‘무엇이’, ‘어떻게’ 나의 마음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필 수 있다. 처음에는 어려워도 조금만 도움을 받으면 ‘마음 챙김-알아차리기’를 할 수 있다.

 

내향이든 외향이든, 감각형이든 직관형이든, 사고형이든 감정형이든(MBTI 성격유형 참고) 누구나 사람과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게 되어 있다. 그 살아가는 유형이 조금 다를 뿐이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과 어울리는 데 자신이 어려움을 느끼거나, 타인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자신의 성격을 살펴볼 일이다. 완벽한 성격을 갖춘 사람은 없다. 여기에서 중요한 기준은 ‘현실성’이다. 대인관계에서 다소 마찰과 불편함이 생긴다 해서 무조건 ‘성격상의 문제’로 여기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다. 대표적인 경우가 ‘성격 차이’라며 헤어지는 부부다. 정확하게 말하면, 성격의 차이가 아니라 성숙의 문제다.

 

우리 인간은 ‘감각과 정서 그리고 사고’라는 세 가지 기능으로 환경에 대응하며 생존해 가는 동물이다. 성숙한 성격의 중요한 기준인 ‘현실성’이란, 그 사람의 감각과 정서 그리고 사고 기능이 ‘현실(지금-여기)’에 일치한다는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지게 느낀다든지, 과도하게 감정을 드러낸다든지, 엉뚱한 논리를 펴며 왜곡된 사고를 하는 등의 행동(반응)은 ‘현실성’을 상실한 성격에서 나오는 태도다. 어린아이는 자신의 행동(반응)을 성찰할 내적 힘이 부족하나, 성인은 성찰의 힘을 가지고 있기에 자기 성찰은 각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물론 부상이 심한 환자에게 치료와 간호가 필요하듯, 그러한 조력이 필요한 사람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변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다. 이 의지마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거나 남 탓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2021년 10월 17일 연중 제29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