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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시사진단] 로마의 휴일

by 파스칼바이런 2021. 11. 8.

[시사진단] 로마의 휴일

(최영일, 빈첸시오,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

가톨릭평화신문 2021.10.31 발행 [1635호]

 

 

 

 

드디어 코로나19로부터 단계적으로나마 일상으로 돌아가는 로드맵이 발표되었다. 2020년 1월부터 코로나 공포의 급작스런 엄습과 함께 시작된 듣도 보도 못하던 팬데믹이 두 달 모자란 2년이 흐르고서야 신중하게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떼는 것이다. 그런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위험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포스트 코로나의 새로운 일상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오랜 고통에 잠겨있던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비롯하여 모두 나름의 희망을 품게 된다.

 

만약 일상을 되찾는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여 단골 맛집에서 외식하며 밀렸던 가족사의 수다를 떤다? 친구들과 해 떨어진 밤에 삼겹살 지글지글 구우며 소주 한 잔?

 

아마도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여행을 꿈꿀 것이다. 무엇보다 해외여행. 간단하게라도 캐리어 가방을 꾸려 공항으로 달려가 꿈꾸던 어떤 곳에 내려 이국적 환경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꿈을 얼마나 오래 미뤄왔던가. 필자가 가장 먼저 떠올린 곳은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이다. 추억의 명배우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여유롭게 거닐며 젤라토를 먹던 스페인 광장의 계단을 걷고, 트레비 분수에 동전도 던지고, 노천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자유를 음미한다. 상상만 해도 좋은데 그런데 필자가 로마에 가고 싶은 이유는 좀 다른 이유이다.

 

로마 자체 보다는 그 안에 있는 바티칸을 방문하고 싶은 것이다. 교황청이 있는 ‘성좌’로 불리는 작은 나라, 면적은 경복궁보다 조금 크고, 창덕궁 보다는 작은 공간. 570여 명 인구에 실거주자는 200여 명에 불과한 미니국가.

 

특별히 이탈리아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는 이가 아니라면 로마는 주로 관광목적으로 가게 되는 곳이다. 필자도 딱 20년 전, 단 한 번 2002년 여름에 로마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그 해의 이탈리아 여행은 상당히 위축된 분위기였다. 축구에 열광하는 이탈리아의 대표팀을 우리가 몇 달 전 한일월드컵에서 이겨버렸기 때문에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다혈질인 이탈리아 사람들의 감정이 좋지 않았다. “프롬 코리아”라고 하면 거칠게 대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배낭여행 온 우리나라 청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태극기를 두르고 다니기도 해 간혹 마찰이 생기던 기억도 난다. 지금은 그때가 묘하게 재미있는 상황으로 추억이 됐지만. 그때 바티칸을 방문하지 않았는데 한여름 바티칸은 그늘이 없어 뜨겁고, 성 베드로 대성전, 시스티나성당으로 들어가 보려는 관광객의 줄이 길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 필자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다. 하하.

 

문재인 티모테오 대통령이 G20 참석차 유럽순방을 떠나 29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만난다. 2018년 10월의 바티칸 방문 회담 후 거의 정확히 3년 만이다.

 

필자는 지난 6.15 남북정상회담 21주년 저녁 롯데호텔 33층에서 박지원 요셉 국정원장과 저녁을 먹었다. 최근 고발 사주 의혹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 관련으로 화제가 된 장소이기도 하다. 정치 이야기는 없었다. 그 시간에 요셉은 문재인 티모테오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긴밀한 연락관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즉 북한에 대한 교황님과 교황청의 역할 기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국에 있는 바이든 요셉의 입장과 역할도 중요하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데 이번 바티칸 방문에서 그 공간의 모습처럼 평화를 여는 열쇠를 얻기를 희망하며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