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집권 10년, ‘수령’ 김정은의 북한은 어디로? (임을출, 베드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가톨릭평화신문 2021.12.19 발행 [1642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지 10년. 내년이면 11년 차에 접어든다. 이명박ㆍ박근혜ㆍ문재인 세 정부를 상대했고, 조만간 네 번째 남측 신정부를 맞이할 것이다. 김정은 집권 10년의 성과와 한계를 냉철하게 짚어볼 때다.
리더십, 사상, 정치, 군사, 외교, 경제, 과학기술, 사회문화 분야 등으로 나눠 살펴보면 경제부문을 제외하면 일단 아버지 김정일 시대보다 더 강한 체제를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2011년 12월 17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곧바로 다른 사회주의국가에서도 볼 수 없었던 3대 권력세습으로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가 된 김정은. 당시 27세의 나이에 불과했으나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제는 노회한 정치인이 되었다. 북한 매체에서는 37살 젊은 지도자를 ‘수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수령의 절대적인 권위를 찬양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10년간 북한의 존엄과 국력이 최상의 경지에 오르고 전략적 지위와 국제적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절대적 권위와 세련된 영도가 안아온 역사의 기적”(노동신문, 11월 10일)이라는 것이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수령이라는 호칭은 자신감을 반영한다. 그는 지난 10년간 사상, 정치, 외교, 군사, 경제, 사회문화 각 분야에서 치밀하게, 단계적으로 업적을 쌓아 왔다. 인민들로부터 수령 호칭에 걸맞은 최고지도자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인정받을 만큼 성과를 보여줬다고 자평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집권 10년을 기념하면서 ‘핵무력 완성’ 등 국방력 발전을 최대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가령 대외선전매체인 월간지 ‘조선’ 12월 호는 김정은 당 총비서가 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2011년 12월 30일 이후의 10년을 “반만년의 민족사에 특기할 국방력 강화의 최전성기가 펼쳐진 격동의 나날”이라고 묘사했다.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기하고 6차례 핵실험 가운데 4차례 실험이 지난 10년 사이 단행되었다. 김정은 시대에 개발된 신형무기들은 높은 수준의 국방과학기술 역량을 보여준다. 하지만 국방분야에서의 최대 성과는 역설적으로 역대 최악의 대북 제재를 불러왔다. 핵문제는 김정은 정권에게 체제안전보장의 핵심 수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체제안전을 가장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 경제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을 도모해야 하지만,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제재 강화를 불러왔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자력갱생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핵무기를 협상 수단으로 삼아 제재 완화를 견인하기 위해 미국과 비핵화 담판을 펼쳤지만 결국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완화는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냉혹한 현실을 절감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은 핵보유에 의해 자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고, 번영의 확고한 담보를 마련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에게는 핵무력은 안심하고 경제건설에 집중할 수 있는 전략적 환경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 경축 열병식에서 한 첫 공개연설에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도 밝혔다. 동시에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자주권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강성국가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총적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에 있어서 평화는 더없이 귀중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이 더 귀중하다.” 이런 원칙적 입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는 김정은 정권을 상대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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