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33)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상) 바알 예언자 450명과 대적해 이긴 엘리야 가톨릭평화신문 2022.01.16 발행 [1646호]
펠릭스 멘델스존-바르톨디는 1844년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를 35세에 완성해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당시 멘델스존은 음악계의 슈퍼맨이었다. 그는 피아노 협주곡을 빼어나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이면서도 1830년부터 15년간 틈틈이 작곡을 이어간 작곡가였다. ‘무언가’(Songs without words)라는 가사 없는 노래 49곡을 피아노용으로 작곡했는데 이 곡들은 시상이 풍부하고 낭만적이며 밝고 낙천적인 곡으로 콘서트뿐만 아니라 가정용 악보로도 인기를 끌었다. 그는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4번 이탈리아 등 교향곡과 실내악 작곡가이자 지휘자로도 매우 유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베를린 징아카데미(Singakademie)를 지휘하면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마태수난곡’ 등 잊히고 있던 바로크 시대 다양한 바흐 곡을 10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발굴해 지휘했다. 오늘날 바흐를 추앙받게 하고 바흐 곡을 자주 연주하게 만든 주역이다.
세상은 인기 작곡가이자 빼어난 지휘자인 멘델스존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일 중독자였다.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음악의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천재성을 마음껏 발휘했다.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는 그의 인기를 절정으로 밀어 올렸다. 그런데 멘델스존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고 난 후 너무 무리를 했던 탓인지 몸이 쇠약해져 투병 생활을 한다. 이때 그는 죽음을 예감한다. 그는 연극 ‘엘리야’에 강렬하게 매료되었는데, 열왕기 상권 17―19장에 등장하는 예언자 ‘엘리야’를 소재로 곡을 썼다. 1844년부터 1846년까지 3년 동안 2부 43곡으로 완성한 아름다우면서 박진감 넘치는 필생의 역작 오라토리오를 만들었다.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 작품번호 70은 버밍엄 트리엔날레 뮤직 페스티벌에 초대받아 1846년 8월 26일 버밍엄 타운홀에서 초연되었다. 영국 버밍엄에서 의뢰했기 때문에 ‘엘리야’는 가사가 영어로 돼 있다. 기원전 9세기 이스라엘왕 아합은 이웃 국가인 아시리아의 강한 국력에 대항하기 위해 페니키아 여왕인 이제벨과 동맹을 맺고 정략 결혼한다. 그 결과 주님을 따르던 이스라엘이 바알 신을 받아들이게 되고 아합 왕은 주님을 무시하고 바알 신전을 세우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바알을 숭배할 것을 강요했다.
대대로 계명을 지켜 온 집안에서 태어나 주님의 복음을 전하던 엘리야는 매우 괴로웠지만 당시에 단 한 명 남은 마지막 이스라엘 예언자로서 사명을 다한다. 작품은 엘리야(바리톤)의 서창으로 시작된다. “살아 계신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두고 맹세합니다. 내 말이 있기 전에는 앞으로 몇 해 동안 이슬도 비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열왕기 상권 17장 1절의 말씀이다. 주님이 명하시는 대로 엘리야는 행한다. 요르단강 크릿 시냇가에서 숨어 지내며 냇물을 마시고 까마귀가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는다. 자신을 살려준 가난한 사렙타 과부의 밀가루와 기름이 떨어지지 않게 해서 배고프지 않게 해주었으며 과부의 죽은 아이를 살리는 기적을 행한다.
3년 후 바알 예언자들과 대적하게 된 엘리야는 두려워하지 않고 450명의 바알 예언자들을 홀로 상대한다. 황소를 제물로 준비해 두고 누가 하느님께 응답으로 불을 받게 되는지 대결하는데 바알 예언자는 450명이 기도하지만 그들의 신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엘리야의 기도로 주님의 불길을 받게 되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주님이야말로 하느님이십니다”고 부르짖었다. 엘리야가 주님께 비를 내려달라고 기원하자 비가 내려 메마른 땅을 드디어 적시게 되는 것으로 오라토리오 ‘엘리야’ 1부는 끝난다. <계속>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naver.me/5qgLdw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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