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용 신부의 사제의 눈] “전쟁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수용 신부(CPBC 보도주간) 가톨릭평화신문 2022.01.23 발행 [1647호]
지난 5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그리고 11일과 14일, 17일에도 미사일을 발사해 한반도 안보 이슈가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5일과 11일에 발사한 미사일은 최고 속도가 마하 10으로 포착되는 극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됩니다.
대선 후보들 역시 일제히 이에 대한 입장을 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1야당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글로벌 외교로 대북 압박을 하고, 북한의 핵 고도화를 중단시켜야 한다”면서,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요격이 불가능하기에 “조짐이 보일 때 킬 체인(Kill-Chain)이라는 선제 타격으로밖에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킬 체인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우리 군이 이를 먼저 탐지해 선제 타격하는 공격형 방위 시스템입니다. 2023년까지 적용되는 국방중기계획에서는 ‘전략표적 타격’으로 용어가 순화되기도 했습니다. 윤 후보의 입장을 보면 북한의 도발 조짐이 보인다는 가정이 붙고 외교적 압박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그럼에도 대선 후보로서 준 전시상황의 작전 개념인 선제타격이란 용어를 사용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윤 후보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발언에 이마트를 방문해 멸치와 콩을 사며, 이른바 ‘멸공’ 챌린지에 가세한 상황이기에, 최근의 언행이 대북 강경노선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대북 이슈는 역대 대선에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강력한 경제 제재를 통해 북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에서부터 인내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각양각색의 해법이 제시됐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해법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한반도에 더는 무력 충돌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역사상 대부분의 전쟁은 중년 남성의 결정으로 시작하지만, 가장 큰 피해는 여성, 노인, 그리고 어린이 등 가장 약한 사람이 당했습니다. 게다가 현대전은 상상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가진 무기 체제로 승자일지라도 의미가 없는 공멸의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선제타격 발언으로 한반도 안보 위기를 낮출 수 있다면야, 대선후보로서 어떤 발언을 한들 문제 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 발언이 북한을 향한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내부에서 전쟁을 하나의 선택지로 생각하게 할 수 있게 만들기에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안에도 갈등을 힘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유혹이 쉽게 올라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마태 5,38-39)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두고 인도의 현자 마하트마 간디 역시 “눈에는 눈을 고집한다면, 모든 세상의 눈이 멀게 될 것입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일상에서부터,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평화로운 방법으로만 만들 수 있음을 우리가 먼저 확신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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