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10) 변호사 이소은(마리아) 가수·변호사 이소은씨, 신혼여행으로 아프리카 의료 봉사 가톨릭평화신문 2022.01.30 발행 [1648호]
▲ 이소은씨는 신혼여행으로 남편과 함께 아프리카로 의료 봉사를 떠났다. 자신이 아닌 이웃을 위해 봉사한 일주일의 시간은 그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소은(마리아)씨는 가수, 미국 변호사,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법원 뉴욕지구에서 부의장, 비영리단체의 이사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녀는 아주 소탈하고 명랑하며 사람들과 관계가 원만하고 예의가 바르다. 한번은 명동대성당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한 그는 카페의 인파 속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연예인이라 주변의 시선을 느낄 법도 한데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자유로워 보였다. 이소은씨와는 문자 한 통으로 더 친해졌다. 부활 때 보낸 보통의 안부 문자였다. 당시 많이 마음이 힘들었던 이소은씨에게 큰 용기를 주었고 핸드폰에 영구 저장을 해서 자주 보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그것이 내게는 그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의 의미에 대해서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몇 년 전 그는 한국에서 외국인 의사 남편과 혼인성사를 받았다. 혼인미사를 시작하기 전 신부 드레스를 입은 이소은씨는 나에게 다가와 이야기했다. “신부님! 중간에 제가 축가를 불러도 될까요?” “그래, 마리아가 노래하면 하객들에게 큰 선물이 되겠다.” 강론 후 그녀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팝송을 멋지게 불렀다. 그녀의 자신감 있고 솔직하며 도전적인 평소 성격이 잘 드러난 장면이었다.
▶어떻게 지내세요?
요즘 뉴욕은 여전히 코로나가 극성이에요. 특히 환자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어 무서울 정도예요. 저도 집에 사무실을 만들어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제 두 번째 책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어요. 사실 나중에 에세이, 경제 경영, 자기계발서가 아닌 스토리가 있는 픽션을 쓰는 것이 제 꿈이에요. 생각한 게 있는데 언젠가 꼭 완성하고 싶어요.(웃음)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소감은?
딸을 키우면서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기쁨도 강하고 혼란도 배가 되기도 하고….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이가 크는 걸 보면서 저의 부모님이 느끼셨을 감정이 생각나서 고마움도 많이 느껴 눈물도 나요. 하느님이 아기를 우리 가족으로 보내주었다는 생명의 신비를 느껴요.
▶가수가 된 계기가 특별했다고 들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청소년 창작 가요제가 있었어요. 그때 마침 곡 쓰는 작업을 하고 있어서 호기심으로 제 곡을 방송국에 제출했어요. 마침 방송을 보셨던 가수 윤상 선생님이 방송국으로 전화하셔서 중학생인 저를 만났죠. 만나자마자 앨범 제안을 하셨어요. 당시엔 너무 재밌겠다 싶어서 음반 작업을 시작했고 고등학교 1학년 초에 ‘작별’이라는 곡으로 데뷔했어요.
▶ 학창 시절 가수 생활은 힘들지 않았나요?
사실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너무 어려서 뭘 몰랐던 거죠.(웃음) 고등학교 시절 한참 가수 활동을 할 때 지방 공연도 잦아 밤에 이동하는 차 안에서 공부하다 잠이 든 적도 많아요. 주변에서 깨워 일어나면 새벽 학교 교문 앞이었어요. 그때 영양실조,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대상포진에 걸려 실명할 뻔도 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대학에 가서는 괜찮았어요. 휴학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에요.(웃음) 휴학하고 활동에 집중하고, 나중에 다시 복학해서 학생으로서 최선을 다해 공부했어요.
▶가수 활동이 나중에 변호사나 국제적인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았어요. 일단 어떤 일을 하든 커뮤니케이션, 소통,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은 너무 중요하잖아요. 가수 활동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한 10년 넘게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제가 변호사로서 법원에서 변론할 때 혹은 세미나에서 발표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일단 사람 앞에 서는 게 두렵지 않고 그런 상황에 있는 걸 은근히 즐기기도 하죠. 사실 그런 담력도 가수 활동을 통해서 많이 생긴 것 같아요.
▲ 이소은씨가 미국 로스쿨로 떠나기 전 허영엽 신부를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갑자기 미국 로스쿨로 가게 되셨는데 혹시 변호사가 되려고 했던 계기가 분명하게 있나요?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대화를 할 때마다 ‘내가 속해있는 이 사회 이외에 어떤 사회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많이 생겼어요. 큰 세상과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대학을 졸업할 때쯤 ‘어떤 공부를 하면 나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까’에 관해 부모님과 대화 중에 제가 로스쿨을 이야기했죠. 부모님이 좋은 도전이 되겠다며 지지해 주셨어요. 부모님은 제가 감성적이고 열정도 많고 나름 정의감도 있는데 그걸 뒷받침할 만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끼셨던 것 같아요.
▶신혼여행으로 아프리카에 봉사를 갔었다고 들었는데요.
남편이 의사인데 예전부터 매년 일주일 정도 국제 의료봉사활동을 했어요. 신혼여행을 아프리카로 같이 가서 봉사활동을 하면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웃음)
그런데 아프리카에 막상 가보니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 중에서 가장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일주일이 되었어요. 저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들을 에스코트하고 머리에 의료 모자를 씌워드리고, 발에도 신발을 신겨드리는 등 치료를 준비하는 역할을 했어요. 환자도 많았고 의료시설은 무척 열악했어요. 어떤 환자분들은 일주일을 꼬박 걸어서 오신 분도 계셨어요. 너무 힘들었지만 마지막 날 저녁 잠자기 전 ‘내가 아닌 남을 위해서 오로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보내본 적이 언제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많은 것을 저한테 선물해 준 특별하고 감사한 경험이었죠.
▶요즘 기도의 주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세상을 떠났어요. 그래서 이곳의 많은 분이 건강을 위한 기도를 제일 많이 해요. 사실 제가 가장 많이 하는 기도는 한마디 하는 기도예요. “하느님! 하느님이 알아서 해주세요.”(웃음) 언제부터인가 나의 욕구를 내려놓고 그냥 맡기는 게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냥 ‘믿고 따를게요’라고 기도하다 잠들었어요. 하느님이 그걸 들어 주실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제 마음가짐이 바뀌더군요.(웃음)
▶이소은씨를 롤모델로 하는 젊은 후배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제가 어떤 조언을 할 자격이 있는진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런데 제 경우를 보면, 제가 저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가수나 변호사, 국제기구에서 힘들었던 때를 반성해 보면 힘든 것이 당시엔 외부에서 오는 것 같았지만 사실 제 안에 있었던 것들이 많았어요. 제 안에 있었던 두려움, 걱정이나 미움들이 커져서 저를 더욱더 힘들게 했던 거죠. 우선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하고 스스로 다독이며 좀 더 평화로운 마음을 가지면 삶의 색깔이 변한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어요. 저는 평소 후회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긴 인생을 산 것도 아니지만 후회가 되는 게 딱 하나 있어요. “아! 그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걸!” 내 앞의 일을 너무 심각하지 않게 한 걸음 뒤에서 마음가짐을 조금만 가볍게 하면 일도 잘 풀리고 좀 더 행복하고 기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웃음)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대로 따라가며 저의 능력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며 살고 싶어요.
이소은씨는 마치 자신 앞에 놓인 삶의 계단을 향해 계획을 세워 한 걸음씩 천천히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 계단을 오를 때마다 그녀가 얼마나 치열하게 삶을 살았을지 짐작된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꼿꼿하고 흔들림이 없는 것은 신앙의 힘 덕분이라고 한다.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그녀의 도전이 또 어디로 향할까 무척 궁금해진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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