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이야기] (68) 이탈리아 고딕의 형성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Basilica di San Francesco in Assis)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이탈리아의 로마네스크가 영국과 독일의 로마네스크와 다른 경향을 보인 것처럼, 이탈리아가 고딕 양식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영국과 독일과는 그 양상이 달랐습니다. 영국과 독일에 ‘완성된’ 고딕 양식이 전해진 것과 달리, 이탈리아는 로마네스크 전통이 강했던 토스카나 지방을 중심으로 ‘선택적으로’ 고딕 양식을 받아들였습니다. 고딕 양식은 처음에 시토회를 통해서 이탈리아에 전해졌으나, 봉쇄 수도원보다는 탁발 수도회인 프란치스코회와 도미니코회를 통해서 더 널리 전파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무덤 위에 복층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1228년 착공하여 1253년에 봉헌되었습니다. 위층 성당은 1랑식 평면에, 2단의 벽체로 되어 있으며 상단에는 포인티드 아치창이 있습니다. 천장은 리브 그로인 4분 볼트에 싱글 베이고, 기둥은 리브와 맞닿은 대응 기둥으로 구성된 다발 기둥입니다. 이러한 고딕 양식은 전례가 없는 고유한 형태로, 이후 ‘볼로냐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을 비롯하여 이탈리아 고딕의 전형이 되었습니다.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Novella)은 도미니코회의 성당입니다. 시토회의 영향을 받은 이 성당은 트란셉트와 정방형 소성당을 가진 3랑식 성당이지만, 내부 공간은 다른 분위기를 냅니다. 천장은 리브 그로인 4분 볼트로 고딕적 수직성이 표현된 반면, 네이브월의 아케이드층은 포인티드 아치가 아닌 반원 아치로 되어 고전적 수평성을 강조하였습니다. 특히 회색과 녹색의 석재가 번갈아 배치된 아치들과 네이브월의 가는 기둥들은 100미터에 이르는 네이브에 생동감을 줍니다.
이 시기 이탈리아 고딕의 또 다른 특징은 대형화입니다. 수도회들은 선교 활동으로 많은 신자를 얻게 되어, 그들을 수용할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대형화는 수도회 간의 경합 양상으로 확대되었는데, 1294년 프란치스코회는 도미니코회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보다 더 큰 규모의 ‘산타 크로체 성당’(Basilica di Santa Croce)을 피렌체에 건축하였습니다. 네이브는 115미터에 트란셉트는 74미터이고, 네이브의 천장고는 38미터에 이릅니다. 하지만 공간의 구성은 독창적이지 않고 이전의 성당들을 모방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또한 대형화에 걸맞은 축조 기술이 부족하여 천장이 석재 볼트 대신 목재 평천장으로 구성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2022년 2월 20일 연중 제7주일 의정부주보 7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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