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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성경 맛들이기] 창조 이야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

by 파스칼바이런 2022. 4. 13.

[성경 맛들이기] 창조 이야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

이승환 루카 신부(제2대리구청 복음화 2국장)

 

 

전통적으로 성경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부터 마침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뜻과 섭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그리스도교의 경전입니다. 과거에는 성경의 무류성(無謬性) 즉, 성경은 하느님 말씀이기에 당연히 오류가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보았기에 성경의 모든 기록을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는 발전된 현대과학과 과학적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구체적 예로 창세기 1~3장에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6일에 걸쳐 창조하셨다는 것과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과학적 상식이나 지식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은 성경의 기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신앙의 이름으로 무조건 의심을 버리고 성경의 이야기와 사건을 역사적 사실로 믿으라고 강요하면, 이성(지식)과 신앙 사이에서 혼란과 오해의 여지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먼저 성경의 창조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과학적 진화론자의 창조론 비판, 혹은 창조론에 입각한 진화론 비판의 양쪽 모두에서 성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 부족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유물론적 관점에서 진행되는 극단적 진화론도 배척되어야 하겠지만, 성경을 글자 그대로 정보적 관점에서만 이해하려는 축자적(逐字的) 입장 역시 지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창세기의 내용은 과학적 차원에서 기록된 보고서가 아니라 우주의 형성 시기와 과정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창세기의 내용은 우리가 믿는 하느님이 온 우주 만물과 인간의 창조주이자 구세주라는 것, 그리고 하느님께서 인간이 살아갈 땅과 세상을 마련하셨고,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한다는 신앙의 진리를 전하기 위해 기록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창세기는 창조 역사에 대한 실제적 ‘객관적 보도’가 아니라 하느님 창조에 관한 ‘신학적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즉, 창세기의 내용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구체적인 역사 안에서 작성된 신앙 고백적 성격을 지니기에 우주의 생성 장면을 직접 목격한 누군가가 마치 구체적 사건 보도를 하듯이 기록한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을 읽을 때 진리의 잣대를 마치 신문이나 과학 서적을 읽듯이 한다면, 성경이 어떤 책인지 본질조차 모른 채 접근하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성경을 대할 때는 무슨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가를 밝히는 일에 집착하기보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와 사건들 안에서 하느님이 누구이신지를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신학 보고서임을 염두에 두고서 성경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4월 3일 사순 제5주일 수원주보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