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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강희 시인 / 돌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11.

유강희 시인 / 돌

 

 

아직 던져지지 않은 돌

아직 부서지지 않은 돌

아직 정을 맞지 않은 돌

아직 푸른 이끼를 천사의 옷처럼 두르고 있는 돌

아직 말하여지지 않은 돌

아직 침묵을 수업중인 돌

아직 이슬을 어머니로 생각하는 돌

그리고 잠시 손에 쥐었다 내려놓은 돌

아직 조금 빛을 품고 있는 돌

 

-『고백이 참 희망적이네』, 문학동네, 2018

 

 


 

 

유강희 시인 / 사흘 봄비

 

 

사흘 봄비의 함치르르한

말그르하고 푸르딩딩한 볼을

새 하얗게 잉끄리고 싶은

함치르르한 조선 장닭의 홰치는 소리

 

감잎은 어느새 꼼쥐 꼼쥐

따스한 볼에 입맞추러 기를 쓰고

강아지는 멀뚱 말뚱 비란걸 생전처음 본다

 

한번 물고 달아나고 싶은데

똥똥짖는다

 

스레트 지붕 위를 옆살치며 날아가는

동네 아줌마들, 참새떼

하늘의 방앗간은 비어있다

 

 


 

유강희 시인

1968년 전북 완주 출생.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불태운 시집> <오리막> <고백이 참 희망적이네> 동화집 <도깨비도 이긴 딱뜨그르르>. 동시집 <오리발에 불났다> <지렁이 일기 예보> <뒤로 가는 개미> <손바닥 동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