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소은 시인 / 나비춤
휘청거리는 간격만큼 거리가 무너져요 얼굴과 얼굴이 안전선 밖으로 허리를 꺾어요 안간힘을 쓰는 잔가지들이 부러져요
나는 태풍에 떨어지지 않으려는 과일, 무게를 내려놓고 붙잡고 서 있을 거예요 무럭무럭 자라나는 직립이 흔들리고 있어요
바람 속으로 주저앉아 본 적 있나요 이파리들은 줄기가 되고 싶어요
기사 아저씨는 알알이 밀어넣어요 뒤로 좀 들어가세요 열매를 빈틈없이 매달아야 좋은 포도송이가 되지요
손잡이에서 가지가 자라나고 온종일 흔들리는 거리와 새순처럼 돋아나는 춤사위
과수원과 종점 가는 불빛과 허공 속으로
별들이 하루살이들이 들락거려요 손 베개를 해야 생각하는 사람과 애벌레처럼 잠이 드는 사람 껍질이 갈라터진 과일마냥 죽은 뒤에 오지요, 우는 남자와 눈가를 닦아주던 여자가
어젯밤에는 뒤따라오던 달이 얇게 웃었지요
어둠에 익어가는 포도송이 밤하늘에 이어폰을 대고 별을 들어요
수평이 꺼졌다 일어서는 버스 포도 꽃처럼 얼굴과 얼굴들이 얼기설기 피어있어요
양소은 시인 / 가을 바깥쪽으로 바람이 분다
구름도 없이 비가 쏟아진다 강물에 떠내려 온 신발 한 짝의 표정으로 그녀는 그러니까를 만지작거린다 어쩌면 큰 비가 내릴지도 모르지
신호음이 끊겼다 이어진다 나는 혹시 쪽으로 기웃거린다 곳간의 시렁처럼 높은 곳에 떡하니 돌멩이, 재킷 속에 든 손을, 빈주먹을, 우리가 숨기고 있는 것은 어디에 있나
최대한 주위를 좁게 은밀한 도약 속으로 빗방울이 부러지고 파문을 일으키는 이파리들
비포장도로 은행나무아래, 안골마을 가는 길 냄새가 봄볕 마냥 떨어져 내리다가 푸르스름하게 번지다가 노랗게 흘러가다가
아직도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는, 속살이 다가서는, 어쩌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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