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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6) 산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by 파스칼바이런 2022. 6. 23.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6) 산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산불 예방의 최선은 ‘관심’

가톨릭평화신문 2022.06.19 발행 [1667호]

 

 

 

▲ 2005년 강원도 양양 산불 화재 현장.

 

 

최근 들어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며칠 동안 지속되는 대형 산불 뉴스가 우리 국민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모두 한마음으로 나무를 심고 피땀으로 보살핀 숲이라서 더욱 안타깝다. 우리나라의 숲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꽃이 무엇인지 조사했더니 단연 아까시나무꽃이 최고였다고 한다. 아까시나무꽃이 필 5월 무렵이면 숲의 녹음도 짙어지고 나무들도 많은 수분을 머금은 상태여서 산불 걱정이 없어지는 때여서라고 한다. 더구나 봄철 건조했던 대기도 눅눅해지고 세차게 불던 바람도 잦아지는 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계절의 공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만 하더라도 5월 이후 경북 울진에 이어 경남 밀양에서는 6월까지도 대형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산불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형 산불이 일어난 기록들을 살펴보면 2000년 강원도 동해안 산불이 8일간 이어졌고,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과 강릉에서 3일간 지속돼서 거의 3000ha의 숲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또한 2017년 5월에는 강릉과 삼척에서 4일간 숲을 태우더니 급기야 지난 3월 울진과 강원 삼척에서 일어난 산불은 무려 9일에 가깝게 지속되어 2만 923ha(서울 면적의 약 41%)라는 어마어마한 면적의 숲을 잿더미로 만들고 진화되었다. 산불은 우리가 애써 가꾼 숲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인명과 재산,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야생동물의 서식처까지 파괴한다. 산림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3월 울진과 삼척 산불로 주택을 포함해 총 643개소의 건물과 시설이 전소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산불은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큰 산불은 왜 동해안 지역에서 주로 일어날까 궁금할 것이다. 이는 이 지역의 기후 특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단 산불이 발생하면 이 지역에는 거센 바람과 험악한 지형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양간지풍(襄杆之風)이라는 봄철에 부는 강원도 양양군과 고성군(간성)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부는 바람이다. 이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골짜기 지역을 거쳐 사람이 서 있을 수도 없이 거센 속도로 빨라진다. 그러니 불의 번짐 속도가 어마어마해지면서 엄청난 대형 산불로 확산한다.

 

산불을 진화하는 장면을 뉴스를 통해 보았겠지만 수많은 장비가 투입되고 수많은 사람이 사력을 다해 애쓴다. 물탱크를 단 산불 진화 헬기들이 공중에서 물을 뿌려 불을 잡고, 험준한 지역에는 공중에서 헬기로 산불진화대가 투입돼 온몸으로 산불을 끈다. 또 일몰 이후에는 헬기가 뜰 수 없으므로 밤새워 사투를 벌인다. 전쟁도 이렇게 혹독한 전쟁이 없을 정도이다. 2013년부터 4년 5개월 동안 산림청장직을 맡아 적잖은 산불 현장에서 진화를 지휘한 적이 있다. 공중에서 헬기로 또는 현장에서 보는 산불은 그 두려움과 공포감이 말도 못 하게 크다. 불덩이가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뜨거운 열기가 온몸에 와 닿는데도 용감하게 달려들어 사투를 벌이는 진화대원들, 공무원들, 군인들의 모습을 보면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안타까운 산불이 일어나는 원인은 거의 모두 사람들의 인위적 또는 실수로 발생한다. 사실 조금만 조심하면 막을 수 있는 것들이다. 봄철 논두렁이나 밭의 폐기물을 태우다 산불로 번지거나 담뱃불, 취사 등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방화에 의한 산불도 발생하기도 하니 어처구니없기도 하다. 외국에서 보고되는 번개나 천둥 등에 의한 자연 발생 산불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을 잘 돌보라는 가르침을 새기고 실천하면 산불은 애초 일어나지도 않을 우리가 일으킨 재앙이다.

 

 


 

신원섭 라파엘 교수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