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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10) 나무를 심은 사람

by 파스칼바이런 2022. 7. 21.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10) 나무를 심은 사람

황량한 땅을 숲으로 만드는 노력

가톨릭평화신문 2022.07.17 발행 [1671호]

 

 

 

 

우리나라는 국토의 63%가 숲인 세계에서 으뜸의 산림국가이다. 실제 우리가 사는 주변 어느 곳이나 숲이 있고 그 숲에는 나무로 꽉 들어차 있다, 그런데 이런 숲이 70~80년 전만 하더라도 민둥산이었다는 사실을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른다. 그 당시 정말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보기 힘든 민둥산을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든 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고 즐기는 숲이다.

 

2013년 학교를 떠나 산림청에 근무하기 전 자연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숲’을 알리는 교양과목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주로 공과대학과 의과대학 학생들이 많이 들었는데 숲과는 전혀 상관없을 줄 알았던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에 새삼 놀란 적이 있다. 매 학기 첫 수업에 빠지지 않고 나는 프랑스의 작가 장 지오노가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이란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여주었다. 이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는 1987년 캐나다의 프레데릭 백에 의해 제작되었고, 그다음 해에 아카데미상과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을 받은 명작이다. 독자 여러분께도 꼭 한번 보라고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이 영화는 프로방스의 알프스 끝자락에 있던 어느 황량한 계곡에서 양치기 노인이 반백 년 동안 꾸준히 나무를 심어 결국에는 풍요로운 숲으로 변모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노인은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아무도 찾지 않는 계곡에 들어와 도토리 열매를 하나씩 모아 황량한 땅에 심으며 숲을 가꾼다.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부피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나무를 심었고, 황량했던 계곡은 아름다운 숲으로 탈바꿈한다. 결국, 그곳은 나무뿐만 아니라 온갖 동물과 물이 흐르는 생명이 가득한 곳으로 자리 잡는다. 황량했던 그곳에서는 온갖 미움과 범죄로 가득하고 매일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그래서 결국 사람들이 떠났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당국은 이 지역을 환경 보존구역으로 지정하였지만 당국은 이런 변화가 나약한 한 인간, 부피에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자연적으로 변화된 것으로 판단한다. 새로 이곳에 와 평화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조차도 부피에의 덕을 알지 못한다. 이 영화의 화자인 주인공은 오래전부터 부피에가 나무를 심고 가꾼 비밀을 공무원인 친구에게 알려주고, 그 친구도 지키는 데 힘쓴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국토가 이렇게 풍성해진 것도 부피에 못지 않은 많은 분의 공로가 있었다. 경기도 광릉에 위치한 국립수목원에는 ‘숲의 명예 전당’이 있다. 산림청은 2001년 새천년을 맞이한 첫 식목일에 ‘숲의 명예의 전당’을 세워 국토녹화의 성공에 헌신한 공로를 기리고 있다. 국토녹화의 정책기반을 마련하고 국력을 집중시켜 성공의 기반을 마련한 박정희 전 대통령, 이 땅에서 자라는 나무의 종자를 수집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닌 김이만 나무 할아버지, 세계적인 나무육종학자 현신규 박사, 전남 장성에 500ha가 넘는 축령산 편백림을 조성한 임종국님, 천리포수목원을 만든 민병갈님, 그리고 기업림을 조성하여 이윤을 사회 환원한 최종현 전 SK 회장님 등 6분의 공적을 기리고 있다.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나무를 심을 때면 몇 주일씩 산속에서 숙식하며 나무를 심은 산림공무원들과 인부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무를 심었던 초등학생, 연로한 어르신들, 아이를 등에 업고 나무를 심은 아낙들 모두가 현재의 풍요한 숲을 만들어 낸 주인공들이다. 발전은 이렇게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헌신한 분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신원섭 라파엘 교수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