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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례 & 미사

[전례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 (15) 샤르팡티에의 ‘테 데움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

[전례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

(15) 샤르팡티에의 ‘테 데움’(Te Deum)

몸과 마음 들썩이게 만드는 찬양·축제의 곡

가톨릭신문 2022-07-31 [제3305호, 13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사은 찬미가’

주님에 대한 찬양 가득한 가사와

프랑스 곡의 자유로움 어울린 노래

 

 

 

2018년 8월 독일 성 베네딕도회 마리아 라악 수도원에서 열린 샤르팡티에의 ‘테 데움’ 연주회.

 

 

교회음악 졸업시험을 마친 2018년 여름, 홀가분한 마음으로 독일 성 베네딕도회 마리아 라악 수도원(Benediktinerabtei Maria Laach)을 찾았습니다. 함께 공부한 친구가 마리아 라악 수도원의 성소자였는데, 이 친구한테 마리아 라악 수도원에서 합창 프로젝트로 준비하고 있는 하인리히 비버(Heinrich Biber)의 ‘53성부 잘츠부르크 미사곡’ 연주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마리아 라악 수도원은 우리 왜관 수도원이 속한 오틸리엔 연합회의 모체가 되는 보이론 연합회의 수도원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큰 영향을 끼친 오도 카젤(Odo Casel) 신부와 부르카르트 노인호이저(Burkhard Neunhäuser) 신부를 비롯해 지금도 전례학이나 전례 미술, 전례 음악 분야에서 독일 전역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수도원입니다. 마침 전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어, 그곳에 있던 수도 형제들을 뵙고 인사를 나누고 싶었던 터라 흔쾌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마리아 라악 수도원에 도착해서 보니 모든 형제가 저를 기억하고 있었고, 심지어 저에게 수도원 봉쇄 구역 가장 안쪽에 있는 콘라트 아데나워 가족이 나치를 피해 숨어 지내던 방을 침방으로 내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문이라는 목적 말고, 쉽게 생각했던 합창 프로젝트에서는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하인리히 비버의 잘츠부르크 미사곡만 연습하는 게 아니라, 연습 이틀째였던 주일에는 신자들을 위해 미사 중에 모차르트 미사곡을 한 번 연습으로 끝내야 했고, 그날 저녁에는 그레고리오 성가로 바치는 저녁기도와 합창이 함께하는 이븐송(Evensong) 프로젝트도 해내야 했습니다. 게다가 하인리히 비버 음악회에는 쾰른 방송국에서 실황을 녹음해 갔는데, 이 곡만이 아니라 마르크 앙투안 샤르팡티에(Marc-Antoine Charpentier)의 ‘테 데움’(Te Deum, H. 146)도 불러야 했습니다. 그래도 전문 합창단원들과 성악가들이 합창단원으로 함께해 주어 어렵지 않게 따라 부를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2018년 8월 20일 독일 성 베네딕도회 마리아 라악 수도원에서 열렸던 샤르팡티에의 ‘테 데움’ 연습 장면.

 

인상적이었던 건 샤르팡티에의 테 데움이었는데, 그동안 프랑스 바로크 곡이라고는 오르간만 쳐 보다가 실제로 언어를 소리내 부르는 합창까지 해보니 그 프랑스인들 특유의 밀고 당기는 자유로움이 얼마나 와 닿았는지 모릅니다. 실제로 연습할 때도 수석 바이올리니스트가 ‘인에갈리테’(Inégalité)를 계속해서 강조했는데, 이 단어가 바로 프랑스 바로크 음악을 연주할 때의 중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음악가 친구들은 프랑스인들이 자유와 평등(Égalité)·우애를 표어로 삼기는 하지만, 사실 그들의 영혼에는 불평등(Inégalité)이 가득 들어있다고 농담을 합니다. 이때의 불평등, 혹은 불균형은 음악에서 사용하는 용어인데, 프랑스 바로크 음악에서 주 박자가 무엇이냐에 따라 8분음표나 4분음표 등을 악보에 적힌 대로 연주하는 게 아니라 마치 보이지 않는 셋잇단음표를 그 위에 그린 다음, 당겼다 밀었다 하는 박자로, 그러니까 마치 재즈 같은 박자로 연주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연주를 해보면, 일견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 음악이 악보에서 일어나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프랑스 바로크 음악을 연주할 때의 또 다른 복병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발음’입니다. 합창음악을 지휘하는 분들마다 각자 가진 원칙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의 큰 흐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작곡가들이 살았던 나라나 장소의 발음을 존중하는 겁니다. 물론 너무 극단적으로 그 시대의 발음까지 복원해서 부르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보통 현대어로 된 노래들은 그냥 그 나라 발음에 맞게 부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라틴어 노래에서 나타납니다. 라틴어 노래는 장소는 물론 시대도 따지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작곡가가 작곡한 라틴어 노래의 경우 이탈리아식 발음을 선호하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작곡가들이 작곡한 라틴어 노래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 차이가 꽤 큽니다. 이탈리아식 발음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다가오는 게 바로 독일식 발음인데, 이 독일식 발음도 엄밀하게는 세 가지 정도로 더 나뉘고 지역에 따라 모음 차이가 크기는 하지만, 아무튼 독일식 라틴어 발음을 했으리라 짐작되는 작곡가 곡을 연주할 때에는 보통 뭉뚱그려서 그냥 ‘독일식 발음’으로 하자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 소년합창단(Regensburger Domspatzen)이나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Thomanerchor Leipzig), 오스트리아 빈 소년 합창단(Wiener Sängerknaben) 음반을 들어보시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작곡가 곡을 부르는 경우 라틴어 미사곡이라도 독일식 발음으로 부를 겁니다.

 

이렇게 부르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발음 차이,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가끔 악센트 위치마저도 달라지는 차이에 의해 작곡가가 의도한 음악적인 뉘앙스가 꽤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엇이 맞다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성가대나 합창단의 지휘자나 발성 담당 선생님의 음악 해석과 철학으로 함께 노래 부르는 분들이 행복하고, 또 그 음악을 듣는 많은 분께 감동을 안겨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밝혀진 바로크 시대 프랑스의 라틴어 발음은 정말 아주 다릅니다. 프랑스 연주자들이 연주한 샤르팡티에의 테 데움 음반을 들어보시면 ‘이게 정말 라틴어 맞아?’ 할 정도로 프랑스 옷을 입은 라틴어를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프랑스 말이 프랑스의 인에갈리테 리듬과 만나면 정말 신나고도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합니다.

 

물론 저희는 당시에 아쉽게도 인에갈리테는 선택하되, 발음은 이탈리아식 라틴어 발음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만, 언젠가는 한 번쯤 좋은 발음 선생님을 모시고 도전해보고 싶어집니다. 게다가 테 데움에 앞서 연주되곤 하는 팀파니 연주자의 긴 솔로 타악 즉흥연주를 듣고는, 이어지는 프렐류드를 들으면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몸도 마음도 신나져서 절로 몸을 들썩이곤 했는데, 그런 경험을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테 데움’은 우리말로 ‘사은 찬미가’로도 번역되는데, 이름은 들어보셨겠지만, 실제 기도나 노래로 바쳐지는 경우를 잘 보지는 못하셨을 겁니다. 이 기도는 보통 사순시기를 제외하고 주일과 대축일에 바치는 시간전례의 독서의 기도를 마치면서 바치는 기도거든요. 그러니까 성무일도 독서의 기도를 공동체 안에서 함께 바치는 수도자나 성직자들 말고는 그리 쉽게 접하기 힘든 기도이지 않을까 합니다.

 

게다가 하느님 아버지, 삼위일체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찬양, 탄원기도라는 큰 세 개 혹은 네 개의 연으로 이루어진 꽤 긴 찬미가라서 평소에 듣기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한 번쯤 이 찬미가 본문을 찾아보시면 얼마나 노래가 찬양과 축제 분위기로 그득한지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그 분위기를 샤르팡티에의 곡으로 함께 즐겼으면 합니다.

 

 


 

이장규(아타나시오) 신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