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섭 시인 / 빛의 저수지
은나무 의자에 앉아 푸른 창에 턱을 괴고 기대어 내 어린이가 웃고 있는 황금 숲의 영원을 보고 있는데
선을 다해 살아온 영혼이 기적을 이루고 있다
빛의 저수지를 떠나라
우리는 어둠에서 성장했다 어둠을 두려워하지 마라
얼어붙은 저수지를 깨며 어둠을 비추는 법을 배워라
연인의 눈빛이 저수지 위로 떠올라 기쁨으로 반짝였다
김광섭 시인 / 송가
천사여,
우리는 모빌과 함께 외로울 거요
펄 펄
진실은 붉은 눈송이다 설원을 인식하게 하는 피 한 방울
피는 인간을 무릎 꿇게 한다
맑은 눈을 보려면 먼저 자기 자신의 피부터 보아야 한다
인간은 피를 흘리고서야 생명과 마주한다
슬픔이 인류를 소생시키고 있다
김광섭 시인 / 우리가 노래했던 은총과 영원 FIAT LUX, 〈The Land of Light, The Land of Beyond〉에 부쳐
눈을 떠라 넓고 큰 땅이 높고 큰 하늘과 닿으리
흰 새가 공중의 호수와 폭포수를 가로지르며 지상에 내려앉고 아침이 오니 언덕 위에 육신이 영혼을 바라보고 있더라 월계수가 피 흘리기를 그치고 대지에서 발을 떼는 두 새의 깃에 노래가 깃들더라
눈을 사로잡던 불꽃이여 불타는 자연과 병들어 가는 생명, 낮은 울타리에서 울고 있는 자가 있다 기쁨과 슬픔, 이 여정을 하나의 승리로 담대히 마주하게 하라 내가 여기 있다 여기 서서 바라보고 있다 나를 향한 불꽃에게로 열망이 광활히 솟아오르던 나날이여
귀를 열어라 어린이는 희망에 들떠 날개를 펼치고 수평선 위에서 찬양하리
육체여, 소망이 그곳에 있다 광야 너머로 가 머리에 씌어 줄 꽃을 가꾸고 우리가 노래했던 은총과 영원은 메아리친다 봄은 다시 오고 설원은 싹을 틔우니 슬픔은 냇가에 띄워 두고 기뻐하고 있다
지친 자와 아픈 자는 노래와 가라 나라에서 기도하는 어머니가 두 손을 맞잡고 축원하리 소생하는 풀과 나무를 바람은 돌보리
죽은 것이 아니다 영혼은 육체 곁에서 춤출 뿐
이리도 오래 피어 있으려고 흙 속에서 무릎 꿇고 울었나 하늘과 땅 위에서 우리는 화창하게 피어 있다 지상에서의 마지막 날갯짓으로 처음 깨어난 너는 빛보다 먼저 태어났다
-시집 <빛의 이방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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