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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교리 & 영성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85. 복음과 사회교리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3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85. 복음과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193항)

우리는 누군가의 책임과 희생 위에 살아간다

가톨릭신문 2022-09-25 [제3311호, 18면]

 

 

공동체 지탱하는 힘 ‘상호 희생’

공동의 집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 기억해야

 

 

 

말레이시아 클랑강 쓰레기 더미에서 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베드로: 신부님, 저번에 과도한 육식, 남겨지고 버려지는 음식에 대해 많이 반성했습니다. 음식물을 함부로 버리고, 욕심에 따라 음식을 대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음을 알게 됐어요.

라파엘: 가축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게 가슴 아팠어요.

미카엘: 모든 피조물이 서로 연관을 맺고 살아간다는 이야기에도 공감이 갔어요.

바오로: 제 소원만 이뤄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었는데, 다른 이웃과 생명을 존중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인내하고 절제하는 게 큰 희생이자 봉헌임을 생각했어요.

 

■ 생명을 위한 사랑

 

가시가 돋친 선인장에 대한 일화가 있습니다. 건조한 사막에서 서식하는 선인장은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초식동물들에겐 좋은 먹이가 되곤 합니다. 그래서 선인장의 가시가 자신을 방어하는 도구가 된다고 하지요. 그런데 누군가 그 선인장을 집에서 키우면서 온갖 정성과 사랑을 쏟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1년여가 흘렀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답니다. 선인장이 가시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키우는 이의 정성에 선인장이 감동을 받아서일까요? 아니면 위험이 없는 환경을 인지하고 스스로 가시를 버리는 진화를 선택한 것일까요? 그러나 비슷한 이야기가 종종 있습니다. 화초를 키울 때 영양분이나 물 외에도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하지요? 반려동물을 키워 보셨습니까? 마찬가지입니다. 미물들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습니까?

 

■ 희생과 책임

 

사랑받음, 얼마나 감미롭고 따스합니까?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고, 그래서 웃게 되고 힘내고, 또 그 힘으로 살아가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일 겁니다. 하지만 그 사랑 안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책임과 희생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이웃을 제 몸처럼 돌보라고 하셨음을 알고 있습니다.(마태 10,40-42; 20,25; 마르 10,42-45; 루카 22,25-27 참조) 가톨릭 사회교리는 그 책임과 희생에 대해 막연하고 피상적인 동정심이 아닌 선을 실천하겠다는 결의이자 자기를 잃을 각오로 임하는 사회적 덕목임을 강조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193항)

 

오스트리아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초조한 마음」에서 참된 연민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함께 고통을 나누고 같이 견디는 마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 희생과 사랑이 형성될 수 있는 우리의 건강한 의식과 공동체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 서로가 서로를 위해 존재해야

 

또한 꼭 기억해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우리는 누구나 이웃과 타인의 책임과 희생 위에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내가 있음은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고, 가족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사람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그 상호 희생이 나와 사회를 지탱합니다. 우리는 그 시각을 하느님이 지으신 피조물들, 작은 곤충부터 동식물과 자연 모든 것으로 확장시켜야 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하느님께서 지으셨고 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서로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선물이고, 그러니 귀하게 대해야 합니다. 사랑하고 존중하고 함께하려는 그런 마음들이 우리 마음과 영혼, 공동체를 건강하게 합니다.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에 힘입어 삽니다. 다른 사람의 헌신을 통해서 삽니다. 내가 누리는 것 중 생명에 힘입지 않은 것이 있습니까? (중략) 오늘 당신이 누리는 것들은 누구의 헌신에서 비롯했습니까?”(마틴 슐레스케 「가문비 나무의 노래」 중)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서울대교구 2012년 2월 사제서품. 방배4동ㆍ성내동ㆍ성수동본당 보좌를 거쳐 현재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