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애 시인(고령) / 징
놋쇠를 두드리던 망치질 물방울 과녁은 칠수록 맑은 소리를 낸다 일정 높이의 조화로운 음 시간이 흐를수록 깊고 길게 뻗어간다
고요한 파장의 낮고 긴 여음 허공을 저어가는 발이 과녁에 닿는다 울대의 경직을 풀고 진중한 소용돌이를 만든다
척추를 휘감던 화살이 한가운데에 조준되고 함몰된 깊이만큼 짱짱하다
시위를 떠난 소리가 중앙으로 파고들면 파르르 꼬리를 떤다 빗나가거나 명중의 연속
남은 화살의 개수를 헤아리며 가장 관통하고 싶은 눈동자를 떠올린다
저항을 뚫고 퍼지는 함성 공중을 향해 날아가는 소리의 마찰들 들풀의 귀를 간질이는 잔물결
소리의 뼈를 세워 허공을 풀었다 조인다
이정애 시인(고령) / 충전
몇 광년을 돌고 돌아 떠돌이 아기별이 엄마를 만났다 길고 먼 연결통로는 성역 외부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빨간 전원이 켜지면 걱정하지 말라는 부드러운 소리 젖을 쪽쪽 빤다
최초의 힘 간절한 목마름이 채워져 꽃 피울 때까지 엄마를 마신다 생명수가 쫄쫄 흘러들어간다
고정된 시선을 받는 이 순간 창문이 없어도 답답하지 않다 수만의 촉수가 제자리를 찾아간다
약속된 속도와 방향으로 치밀하게 바탕이 스케치 되고 내면 깊이 무의식이 자란다 귀가 자라나고 손과 발이 꿈틀거린다 평생 살아갈 살과 뼈 방전되지 않을 힘을 주유한다
부화를 꿈꾸는 아기별 젖을 물고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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