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 / 새 길
한 발 두 발 내디디면 발 닿는 어느 곳이든 길이 되는 것을 친구야 처음에는 몰랐었지 잘난 놈이든 못난 년이든 한 사람 두 사람 모이기만 하면 우리가 바로 새길이 되고 파도가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을 이제 비로소 알았구나 친구야 세상이 이렇게 어두운 것은 우리가 가야할 길을 세상이 제 가슴 속에 숨겨 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마침내 우리는 알았다 산 첩첩 물 넘실 어려운 시절 헤쳐나갈 길 없다고 여겨질수록 친구야 가자 우리가 새길이 되어 가자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
안도현 시인 / 길
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대라고 부를 사람에게 그 길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갈 수 없는 끝없는 길을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시인 / 회군(回軍)
여기쯤서 한마당 뒤집고 놀다 가자고 싸리나무 울타리 속썩이며 내리는 장맛비 족보에 없는 대륙 등에 두고 장맛비로 내릴거나 되돌아 고려에 넘치도록 갈거나 눈은 멀어 못 뜨고 밥은 쉬어 못 먹으니 푸른 칼에게 핏방울을 먹여줄거나 여지껏 강 건너 어지러이 오는구나 군바리야 군바리야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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