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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안도현 시인 / 새 길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1. 7.

안도현 시인 / 새 길

 

 

한 발 두 발 내디디면

발 닿는 어느 곳이든 길이 되는 것을

친구야 처음에는 몰랐었지

잘난 놈이든 못난 년이든

한 사람 두 사람 모이기만 하면

우리가 바로 새길이 되고

파도가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을

이제 비로소 알았구나 친구야

세상이 이렇게 어두운 것은

우리가 가야할 길을

세상이 제 가슴 속에 숨겨 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마침내 우리는 알았다

산 첩첩 물 넘실 어려운 시절

헤쳐나갈 길 없다고 여겨질수록

친구야 가자

우리가 새길이 되어 가자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

 

 


 

 

안도현 시인 / 길

 

 

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대라고 부를 사람에게

그 길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갈 수 없는

끝없는 길을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시인 / 회군(回軍)

 

 

여기쯤서 한마당 뒤집고 놀다 가자고

싸리나무 울타리 속썩이며 내리는 장맛비

족보에 없는 대륙 등에 두고

장맛비로 내릴거나

되돌아 고려에 넘치도록 갈거나

눈은 멀어 못 뜨고 밥은 쉬어 못 먹으니

푸른 칼에게 핏방울을 먹여줄거나

여지껏 강 건너 어지러이 오는구나

군바리야

군바리야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안도현 시인

1961년 경북 예천군 출생.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장수산서고등학교 교사.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부교수. 우석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1996 시와 시학상 젊은시인상. 1998 제13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2002 제1회 노작문학상. 2002 제10회 모악문학상. 2005 제12회 이수문학상. 2007 제2회 윤동주 문학상 문학부문. 2009 제11회 백석문학상. 2012 임화문학예술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