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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교리 & 영성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21) 제대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20.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21) 제대

제대, 미사를 봉헌하는 주님의 식탁

가톨릭평화신문 2022.10.16 발행 [1682호]

 

 

 

▲ 제대는 주님의 십자가 희생 제사와 파스카 잔치의 식탁으로 그리스도를 드러낸다. 사진은 춘천교구 주교좌 죽림동 대성당 제대.

 

 

제대는 가톨릭교회 신앙의 원천이자 정점인 미사 곧 성체성사가 거행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성당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제단’은 전례를 위해 사제에게 마련된 일정한 영역으로 회중석과 구별되게 몇 개의 단으로 높여 놓는다. 이 제단 위에 회중 전체가 자연스럽게 시선을 집중할 수 있는 위치에 미사를 봉헌하는 주님의 식탁인 ‘제대’가 자리 잡게 된다. 성당을 이루는 모든 요소는 이 제대를 위해 있다. 제대는 라틴말로 ‘Altare’(알타레)라고 한다. ‘드높은’(altus)에서 유래한 말이다. 말 풀이를 하면 제대는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는 드높은 자리라 할 수 있겠다.

 

바오로 사도는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그리스도는 대사제요, 천상 성전의 살아 있는 제단”이라고 고백했다.(히브 4,14; 13,10 참조) 초대 교회 성 에피파니오와 성 치릴로와 같은 교부들은 “그리스도께서는 제물이시고 사제이시며 당신 자신을 바치시는 제사를 위한 제대이시다”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15세기 신학자로 데살로니카에서 활동했던 시메온은 “교회가 그리스도 없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제대 없이 그리스도를 말할 수 없다”고 가르쳤다.

 

가톨릭교회는 주님의 희생 제사와 파스카 잔치의 식탁인 제대를 ‘그리스도의 표지’라고 고백한다. 아울러 주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을 ‘영적 제대’라고 표현한다. 이번 호에는 그리스도를 표지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인의 영적 유대를 드러내는 제대에 관해 알아보자.

 

제대는 주님의 십자가 희생 제사와 파스카 잔치의 식탁이다. “주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 제대에서 성부께 바치실 희생 제사를 기념하는 예식을 만찬의 형식으로 제정하시면서, 주님의 파스카를 지내러 모여 온 신자들이 둘러앉을 식탁을 거룩하게 하셨다. 그러므로 제대는 제사상이요 잔칫상이 되고, 여기서 사제는 주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주님께서 친히 행하시고 제자들에게 당신을 기억하여 행하라고 맡기신 그 예식을 거행하게 된다.”(「제대 봉헌 예식」 3)

 

제대가 제사상인 것은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영원토록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신비로이 계속하기 때문이다. 또 제대가 파스카 잔칫상인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기 위해 둘러앉는 식탁이기 때문이다.

 

바오로 사도는 이를 직관적으로 알려준다. “우리가 축복하는 그 축복의 잔은 그리스도의 피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1코린 10,16-17)

 

제대는 그리스도의 표지이다. 모든 성당의 제대는 성찬례로 이루어지는 감사 행위의 중심이며, 교회의 다른 예식들은 모두 이 중심을 향하고 있다. 제대는 하느님 한 분께 봉헌된다. 성찬의 희생 제사가 하느님 한 분께 바쳐지기 때문이다. 제대는 축성 성유 도유로 ‘그리스도의 표징’이 된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이에 앞서 도유를 받으시어 ‘기름 부음 받은 이’라고 불리신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성령의 도유로 성자를 대사제로 세우시고,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해 그 몸을 제대로 삼고 그 목숨을 제물로 삼아 희생 제사를 바치게 하셨다. 제대포로 제대를 덮는 것은 그리스도교 제대가 성찬례의 제대이며 주님의 식탁임을 나타낸다.

 

교회는 그리스도인을 ‘영적 제대’라고 표현한다. “그리스도 신비체의 머리이시요 스승이신 그리스도께서 참 제대이시면 그 지체요 제자인 우리도 영적 제대가 아닐 수 없으며, 이 제대에서는 거룩하게 살아가는 삶의 제사가 하느님께 봉헌된다.”(「제대 봉헌 예식」 2) 성 그레고리오 대교황은 “하느님의 제대란 착하게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므로 의인들의 마음을 하느님의 제대라고 하는 말은 옳은 표현”이라고 했다.( 「에제키엘서 강론」Ⅱ, 10,19) 아울러 오르게네스를 비롯한 여러 교회 저술가들은 기도를 열심히 바치는 교우들이 하느님께 간청을 드리고 제물을 봉헌할 때, 그들은 살아 있는 돌이 되고, 주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돌들로 교회의 제대를 세우신다면서 거룩하게 살 것을 신자들에게 권면했다.

 

제대는 순교자들의 영예를 드러낸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순교자들과 성인들의 무덤 위에 제대를 마련하고 그 제대를 보호하기 위해 성당을 지었다. “모든 사람을 위해 수난 하신 분은 제대 위에 계시고, 그분의 수난으로 구원된 사람들은 제대 밑에 있다.”(성 암브로시오, 「서간」 22,13) 암브로시오 성인이 이렇게 표현한 것은 묵시록에 기록된 요한 사도의 환시에 기인한다. “나는 하느님의 말씀과 자기들이 한 증언 때문에 살해된 이들의 영혼이 제단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묵시 6,9)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순교자들의 유해나 무덤이 제대를 영광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대가 순교자들의 무덤을 영광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제대의 품위는 온전히 그것이 주님의 식탁이라는 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