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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교리 & 영성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24) 주교 지팡이와 반지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11.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24) 주교 지팡이와 반지

주교의 직무와 품위 드러내는 표징들

가톨릭평화신문 2022.11.06 발행 [1685호]

 

 

 

▲ 주교 지팡이는 목자의 직무와 권위 그리고 품위와 관할권을 드러내는 거룩한 표징이다. 교황의 지팡이는 윗부분이 나선형으로 구부러진 주교 지팡이와 달리 머리 부분에 십자가가 달려 있다.

 

 

주교와 대수도원장이 전례 예식 때 사용하는 지팡이 곧 ‘목장’(牧杖, baculus pastoralis)은 목자의 직무와 권위 그리고 품위와 관할권을 드러내는 거룩한 표징이다. 주교 서품 예식 중 주례 주교는 새 주교에게 목장을 주면서 “사목직의 표지인 주교 지팡이를 받으십시오. 성령께서 그대를 하느님의 교회를 다스리는 주교로 세우셨으니 모든 양 떼를 돌보십시오”라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주교와 대수도원장은 자기 지역 안에서만 목장을 사용한다. 하지만 다른 지역 교회에 해당 교구장 주교가 허락하고 동의하면, 성대한 예식을 거행할 때 목장을 지닐 수 있다. 아울러 여러 주교가 같은 전례 예식에 참여할 때에는 주례 주교만 목장을 든다.

 

목장 모양에도 차이가 있다. 대수도원장과 주교, 대주교의 목장은 윗부분이 나선형으로 구부러진 지팡이를 사용하는 반면, 교황의 목장은 머리에 ‘십자가’가 달려 있다. 십자가가 달린 목장은 교황이 베드로의 후계자이며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경에는 지팡이와 관련한 여러 장면이 나온다. 먼저 하느님의 권위를 드러내는 표징으로 지팡이가 등장한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이 지팡이를 손에 잡아라. 너는 그것으로 표징들을 일으킬 것이다”(탈출 4,17)하시자 모세는 그 지팡이를 가지고 이집트 파라오 앞에서 온갖 기적을 행한다. 모세가 나일 강의 수면을 지팡이로 내려치자 물이 피로 변했다.(탈출 7,17-21) 또 모세가 하늘을 향해 지팡이를 쳐들자 이집트 땅 전역에 우박이 쏟아졌다.(탈출 9,22-25) 아울러 모세가 지팡이를 바위를 내려치자 물이 솟아났다.(민수 20,6-11)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이스라엘 열두 지파에 지팡이 하나씩, 곧 집안의 수장에게서 지팡이 하나씩 열두 개를 거둔 다음 수장의 이름을 각기 그의 지팡이에 새기게 하셨다.(민수 17,16 참조)

 

성경은 아울러 ‘오로지 하느님께 의지하는 나그네의 표지’로 드러난다. 나그네가 길을 나서면 온갖 위험에 노출된다. 지팡이는 나그네를 사나운 짐승이나 도둑들로부터 자기 몸을 지켜준다. 그래서 시편 저자는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가 저에게 위안을 줍니다”(23,4)라고 고백한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셨다.(마르 6,7) 복음을 선포하러 떠나는 제자들에게 오직 하느님께만 의지하라고 주님께서 타이르신 말씀이시다.

 

성경은 덧붙여 지팡이는 목자에게 소중한 도구임을 일깨워준다. 지팡이는 양을 늑대 등 맹수로부터 지켜준다. 또 무리에서 이탈한 양의 뒷다리를 잡아 걸어 다시 무리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그래서 목자의 지팡이 맨 윗부분은 구부러져 있다. 성경은 삼위일체 하느님 특히 성자 그리스도를 ‘착한 목자’라고 고백한다. 그래서 성화에 그려진 착한 목자는 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다.

 

주교 지팡이는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대리자요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의 직무 곧 주교직을 드러내는 거룩한 표징일 뿐 아니라 주교 자신도 착한 목자로서 살겠다고 서약의 표징이라 하겠다.

 

주교와 대수도원장의 반지는 주교(대수도원장)와(과) 자기 지역 교회와의 영적인 일치와 계약의 신의를 드러내는 거룩한 표징이다. 아울러 주교 반지는 주교의 품위와 신앙의 모범을 상징한다. 이런 이유로 주교 반지는 주교 서품식 때 받게 된다. 주교 서품식에서 주례 주교는 새 주교의 오른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면서 “신의의 표지인 반지를 받으십시오. 티 없는 신의로 자신을 지켜 하느님의 정배인 거룩한 교회를 깨끗하게 수호하십시오”라고 말한다.

 

루카 복음서에 나오는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는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라며 돌아온 아들에게 아버지는 좋은 옷을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발을 신겨 주었다.(15,21-22 참조) 아버지가 아들의 손에 반지를 끼워준 것은 아들에게 모든 권리를 되돌려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부터 아들은 아버지 대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자기에게 맡겨진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며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 가운데 교황은 ‘어부의 반지’라고 불리는 특별한 반지를 낀다. 바로 교황의 권위를 드러내는 반지이다. 어부의 반지는 초대 교황인 베드로 사도와 관련이 깊다. 어부였던 베드로 사도는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마르 1,17)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서는 그물을 버리고 따라나섰다.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은 ‘사람을 낚는 어부’로서 이 반지를 낀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반지는 새로 제작하며, 선임 교황의 반지는 파기한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