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 시인 / 아홉 시 뉴스
아홉 시 앵커는 아홉 시 아닌 시간에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
투혼의 연기력으로 너는 정말 죽어 버렸다 앵커는 냉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오래된 연인이어도,
잠들기 전 아홉 시는 무참한 것들을 무심히 넘길 수 있는 시간 아무것도 아니라서 정말 아무렇지 않게 잠들 수 있는 시간
내가 꾸는 꿈이 살해당해도 좋아. 커튼이 닫히면 인형의 머리는 모두 사라질 테니까
마지막으로 목격한 건 피해자의 죽음이었을까 삶의 절규였을까. 아홉 시가 저녁인 사람들과 아홉 시가 밤인 사람들이 모호한 하품을 할 때
특종이 되려면 메두사의 머리가 필요해 줄기를 베어냈을 뿐인데 수십 마리 목숨쯤 한 번에 날려버리는 골목마다 죽은 뱀을 매달고 한여름 밤, 오싹하게 수박화채나 즐기면서
똥파리 같은 씨, 씨 같은 똥파리들이 우글거리는 숟가락으로 피를 퍼먹는 느낌이야 뱉어내기 성가시고 삼키기도 역겨운 이야기들
미결의 아홉 시에는 저녁밥 먹고 야식을 채운 사람과 야식 먹고 디저트를 즐긴 사람이 졸음과 잠 사이를 한참이나 머뭇거렸다
흰 장갑의 수사단이 마비된 얼굴에 바리케이드를 치기 전까지
반년간 『상상인』 2022년 하반기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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