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경 시인 / 헤링본 스타일
넘어져 보는 중입니다 우체국 앞 모과나무에 자루를 씌웁니다 헤링본 스타일에
꽂힙니다
꽃 피는 사선은 어긋남이 많은 가시, 파이팅의 자세
젖은 바닥은 벼리고 엇갈리는 길입니다 착시를 불러오는 지그재그
사선을 교차하는 아름다운 뼈, 덜그럭거리며
사연을 뒤집어쓴 봉투 흘러내리는 붉은 빗금은 나뭇잎이 경쟁하는 무늬 언제 호명될지 모를 불안의 열매입니다
풍랑을 주먹에 가시로 쟁였지만 반전은 없습니다 자루는 자라고 모과는 달립니다
사선이 겹치면 가속이 따라붙죠 사색은 깊어지고 재기는 쌓이고 비는 내려서 회색 하늘을 깨트리고
깨진 하늘로 흥건한 바닥을 쓸어 담습니다 자루 속 덜그럭거리는 도전은 헤링본 스타일
따뜻함의 자세, 복사뼈로 떨어지는 복서의 아름다운 헛발입니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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