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우 시인 / 달이 떠오를 때까지
달은 살아 있다 살아, 떠오를 곳을 향해 멍석을 펼친다 상을 놓고 병풍을 세우고 떡을 놓고 포를 올리고 촛대를 놓고 초를 꽂고 향을 피운다 달은 살아 있다 살아, 바람이 지운 촛불에 종이컵을 씌우고 초헌관이 오르고 아헌관이 오르고 종헌관이 오르고 고축을 한다 차례차례 잔을 올리고 절을 하고 잔을 올리고 절을 한다
달은 살아 있다 살아, 통술거리 어디든 기타를 메고 나타나 신청곡도 부르고 부르고 싶은 곡도 부르고 손님이 팁을 주면 주는 대로 안 주면 안 주는 대로 노래하던 악사 원형이 간암으로 입원을 하고 성미예술촌 천 여사는 마음이 휘어져 멍석 앞에서 머뭇 머뭇거리다 간절히 아주 간절히 절을 하고 절을 한다 달은 살아있다 살아, 다시 악사가 되어 돌아오기를 바라는 봉투를 놓는다 흰 봉투를 놓고 절을 하고 절을 한다 줄을 서고 줄을 서서 음복을 하고 음복을 한다
상에 놓인 떡 하나가 떠나고 둘이 떠나고 셋이 떠나고 넷이 떠나고 잔이 비고
대보름 달보다 먼저 뜬 별 하나가 기타를 메고 촛불같이 노래를 한다 음복을 한다
계간『시사사』2022년 여름호 발표
서연우 시인 / 네, 감사합니다
톡!
마여고 밑 코다리찜집 어딘지 알아? 한 번 갔었는데 상호를 모르겠네 글쎄요 코다리찜을 검색한다 미스코다리미스터황태? 톡을 보낸다 네, 감사합니다 아니야, 답이 온다 창포찜? 아니야 코다리 마산 코다리를 검색한다 강남동태찜? 아님, 그냥 가정집 스타일, 주택가 그럼 진부령코다리찜? 이제 로드뷰 사진까지 첨부한다 아님 찜돌맛집? 아니오, 한숨이 나온다 동네에 검색할 수 있는 코다리찜집은 다 나왔는데 모두 아니란다 다시 마산 찜으로 검색한다 고성아지매찜? 이것도 아니야, 마산 완월동 맛집으로 검색한다 해성찜? 네, 감사합니다 아님, 마산 시내 온 찜집을 다 알아보려고? 가봤다면서요 어딘지 몰라요? 그러니까 그냥 줄레줄레 따라가서 먹고 왔으니 아무 생각도 안 나지 가고파찜? 네, 감사합니다 아님!
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머릿속 기억들이 숨바꼭질 놀이를 할 때 기억을 찾기 위해 기억은 무슨 놀이를 해야 할까
이제 그만하자, 미스코다리미스터황태 마여고 정문에서 쭉 내려와서 오른쪽이라면 여기예요 아니더라도 여기 하셔요 더는 없어요 입구는 맞는 듯 상호는 긴가민가하고, 그대의 노고에 감동, 무너져 내린다 아, 제일 처음 얘기한 거잖아요 제목 땜에
모른다고 하면 될 걸, 찾기는 왜 찾고
좋은 밤 되셔요 저 집 가서 한번 먹어야겠네요
끝까지 왜 찾는지는 묻지도 않고
웹진『같이 가는 기분』2022년 가을호(제7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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