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관련>/◆ 교리 & 영성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26·끝) 사랑의 성사 ‘성체성사’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24.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26·끝) 사랑의 성사 ‘성체성사’

주님의 마지막 만찬 기념하는 상징

가톨릭평화신문 2022.11.20 발행 [1687호]

 

 

 

▲ 성체성사는 주님께서 행하신 마지막 만찬을 기념하는 상징이요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재현하는 것이며 실제로 축성한 성체와 성혈이 주님의 참된 몸이요 피로, 주님께서 그 안에 현존하신다.

 

 

가톨릭교회는 “성체성사는 주님께서 행하신 마지막 만찬을 기념하는 ‘상징’이요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재현(현재화)하는 것이며 실제로 축성한 성체와 성혈이 주님의 참된 몸이요 피로, 주님께서 그 안에 현존하신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교회는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 대해 “온전한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실재적으로, 그리고 실체적으로 담겨 계시며… 이 현존은 분명코, 하느님이시며 인간이신 그리스도께서 전적으로 또 완전하게 현존하신다”며 믿을 교리로 선포한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1374항)

 

가톨릭교회가 미사 중에 축성한 빵과 포도주를 “주님의 몸과 피”라고 한 치 의심 없이 선포하는 것은 마지막 만찬 때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근거한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하느님 아버지께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바치시기 전에 사도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셨다. 이때 주님께서는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하시고, 또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다시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주님께서는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고 명하셨다.

 

빵과 포도주가 저절로 성체와 성혈로 변화되지 않는다. 반드시 미사 중에 사제의 성찬 제정과 축성 기도가 있어야만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거룩히 변화된다. 교회는 이를 ‘성변화’라고 한다. 빵과 포도주가 주님이신 예수님의 몸과 피로 바뀌는 이 실체 변화는 인간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다. 그래서 교회는 ‘신앙의 신비’라는 경이로운 고백만으로 성체성사를 설명하고 있다.

 

미사 때에 사제가 축성한 성체와 성혈을 높이 들어 올리는 행위를 ‘거양성체’(擧楊聖體, Elevatio)라 한다. 교회의 봉헌 예물인 빵과 포도주가 하느님의 능력으로 축성돼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가 되었음을 높이 들어 선포하는 것이다. 또 성체와 성혈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구세주께 사랑과 흠숭의 마음으로 경배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아울러 인간 구원을 위해 기꺼이 희생 제물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기하며 합당하게 미사를 봉헌하자는 지향을 담고 있다. 이 장황한 설명을 교회는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몸과 피로 제정하신 성찬의 희생 제사를, 사랑하는 신부인 교회에 당신의 수난과 부활의 기념제로 맡기셨다”고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전례 헌장」 47항) 그래서 미사를 가톨릭교회의 중심 전례이며, 가장 완전한 기도라고 한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 때 하신 말씀과 행동이 미사 형식의 원형이다.(마르 14,22-25; 마태 26,26-29; 루카 22,19-20; 1코린 11,23-26 ) 미사의 제물은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시다.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오시는 주님을 제물로 봉헌하는 것이다. 아울러 주님께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고 하셨기에 신자들은 영성체를 통해 그리스도와 완전한 일치를 이룬다. 이 일치를 통해 성체를 모신 이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받고 교회와 또 그 구성원들과 일치를 이룬다.

 

‘미사’는 선교와 맞물려 교회 안에 자리 잡은 전례 용어이다. 곧 성체성사를 통해 받은 하느님의 은혜와 축복으로 신자들을 그리스도의 증거자로 파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1코린 11,26)라는 바오로 사도 말씀처럼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와 일치한 신자들은 세상으로 파견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성찬례를 교회 생활의 중심으로 여기는 교회는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2티모 4,2 참조) 하느님은 사랑이시라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선포하고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진리의 양식이 되셨기에 교회는 하느님의 선물을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모든 사람을 초대합니다”라고 말했다.(「사랑의 성사」 2항)

 

주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심으로써 모든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끝없는 사랑과 자비를 알려 주시기 위해 성체성사를 세우셨다. 성체성사는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도록”(요한 15,13) 이끈 큰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접 모범을 보여주셨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시기 전에 수건을 허리에 두르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다. 똑같은 방식으로 예수님께서는 성체성사 안에서 당신 몸과 당신 피를 우리에게 주시기까지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고 계신다. 그래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고 고백했다. 또,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성체성사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본성 자체인 사랑의 진리를 보여 주신다”(「사랑의 성사」 2항)고 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