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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부온 프란조!] 28. 로마(Roma), 사랑(Amor), 시뇨라 ③

by 파스칼바이런 2022. 12. 18.

[고영심의 부온 프란조!]

28. 로마, 사랑, 그리고 시뇨라 데레사 ③

Roma, Amor, & Signora Teresa

모니카가 생선 대가리를 좋아한다고요? 오, 맘마 미아!

가톨릭평화신문 2022.12.18 발행 [1691호]

 

 

 

▲ 2022 성탄을 앞두고 성 베드로 광장에 불을 밝힌 구유와 성탄나무. 구유는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에서 제작해 가져왔고, 성탄 나무는 182명이 살아가는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 주(Regione Abruzzo)의 작은 산골마을 로셀로의 주민이 기증한 것을 공수해 설치했다.

 

 

“시뇨라 데레사, 그 일 기억하시나요? ‘모니카가 생선 대가리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동네에 쫘아악 퍼진 사실을요. ‘내 살다 살다 생선 대가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보는군’ 하며 저를 참 이상한 사람처럼 바라보던 시뇨르 피르미노! 바람처럼 퍼져나간 그 소문 때문에 잠시 잠깐이었지만 황당했었어요. 결코, 제가 생선 대가리나 발라먹는 여인으로 소문이 난다는 건 좀 아니잖습니까? 빛의 속도로 퍼진 그 소문을 들은 당신 큰딸 피오렐라도, 아래층의 빅토리아도 저의 집 초인종을 눌러대며, ‘오, 모니카! 생선 대가리 셋이나 가져왔어!’ 하며 마치 대단한 음식이라도 가져다주는 양 제게 안겨주던 사실을요. 이럴 때, 이탈리아어로 ‘맘마 미아(Mamma mia)!’★라고 하지요. 저는 연신 ‘맘마 미아’를 외치는데 그들은 좋아서 외치는 줄 알더군요.

 

성탄 전야 저녁 만찬에서 생긴 일

 

전말은 이러했지요. 성탄 전야(Viglia di Natale) 저녁 만찬에 저의 집 위층에 사는 당신 막내딸 마우라(Maura)가 초대했잖아요. 당신을 닮아 요리 솜씨가 좋은 그녀의 해물 요리, 특히 봉골레 파스타는 웬만한 셰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니, 한 요리한다는 저도, 성탄 전야 저녁(Cenone)을 은근 기다렸지요. 마우라의 이탈리아 풀코스(Tavola italiana) 여정은 전식(Antipasto)부터가 예사롭지 않았지요. 본식(Piatto principale)은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끊임없이 나오는 그녀의 갖가지 전식 요리에 배를 채우는 그런 어리석은 일은 결코 없었답니다. 이탈리아 식탁 문화를 몰랐을 땐, 전식부터 먹다보니 본식엔 한 입도 대지 못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었던 터라 말입니다. 이미 마우라 주방에서 본 백색 소금에 쌓인 ‘커다란 돔’이 제 눈에 들어왔으니까요. 오늘의 주인공, 메인의 두 번째 요리(Piatto secondo)를 먹으려면 전식은 물론 메인의 첫 번째 요리(Piatto primo, 주로 파스타)도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터! ‘맘마 미아!’, 그때, 노오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좔좔 흐르는 봉골레 파스타를 들고 마치 할리우드의 빨간 카펫에 선 여배우처럼 가슴이 드러난 드레스의 마우라가 자신의 세 아들의 환호성에 답하며 거실 식탁으로 등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쯤 되면 오븐에서 익어가는 저 돔요리는 잠시 잊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의 굳은 의지는 금세 무너졌지요. 입 주변은 모든 맛의 ‘끝판왕’ 격인 봉골레의 향과 올리브유로 범벅이 되어 버렸지요. 시뇨라 데레사, 저의 의지는 그렇게 무너지더군요. 명절 만찬 파스타도 보통 두어 가지가 나오지만, 그 이후 파스타는 입에도 안 댔습니다. 막 오븐에서 나온 파스타의 주인공격인 라자녜(Lasagne)가 나와도요.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 빈 접시의 생선 대가리를 로마에 사는 둘째 키아라(김지휘)가 그려주었다.

 

어두육미, 생선 맛의 진미를 저버리다니

 

그 소문에 대한 진실은 제가 그렇게 기다리던 ‘돔 오븐 구이’의 등장에서 시작됩니다. 잘 구워진 돔이 그 자태를 뽐내며 식탁 가운데에 놓이기를 바랬는데, 기억하시지요? 마우라가 식탁 한가운데 가져다준 메인 접시 위의 돔은 중간 부분만 살짝 떠서 가져온, 얼마 되지 않는 흰살뿐이었다는 걸요. 그녀가 워낙 생선 가시를 무서워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데 싶어서, ‘마우라, 나머지 생선 부분은 어딨어?’ 하고 물으니 ‘응, 생선 가시가 많아서 안 먹을 거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비싸기도 하지만, 요리 전 그 오랜 시간을 들여 밑작업을 했던 돔에게 미안하지도 않은지 싶어, 마우라를 흘겨보며 돔의 3분의 2는 버리고 나머지만 먹는 그 비현실성에 대해 저도 한마디 했지요. ‘어두육미(魚頭肉尾)!’ 생선 맛의 진미를 저버리면 되겠느냐, 우리나라에선 생선 머리도 여러 용도로 먹고 쓴다, 육류는 꼬리 부분이 맛있다는 말과 함께 머리는 물론 몸통과 꼬리 부분에 남아 있는 살만 발라 먹어도 며칠은 먹겠다고 쓴소리를 했던 거예요. 기억하시지요? 네, 거기서부터 나온 소문이었지요. 시뇨라 데레사, 항상 딴지를 거는 데 챔피언인 시뇨르 피르미노가 의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살다 살다 생선 대가리가 맛있다는 사람 처음 봤다’며 저를 보시며 큰소리로 말씀하시던 것 기억하세요? 늘 아내 시뇨라 데레사 편만 든다고 제게 불만을 가지셨던 걸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제집 주변의 이웃 서넛이 생선 대가리를 들고 초인종을 눌렀던 것만 보더라도 저는 소문의 진원지가 ‘시뇨르 피르미노’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마에 가서 따지고 싶어도, 돌아가셨으니 이젠 그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뵙고 싶은 시뇨라 데레사, 제가 로마를 떠나기 전, 전 해에 성탄을 같이 보내고 12월 31일 마지막 날 하느님 곁으로 가신 남편 시뇨르 피르미노의 생각으로 착잡한 마음이 드시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매주 금요일에 그분이 누워있는 묘지에 지금도 가시나요? 묘비 대리석의 ‘피르미노 베르티’(Firmino Berti)의 이름이 당신 거실의 크리스털처럼 늘 반질반질 빛나게 닦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명절을 앞두고 뵈러 가신다면, 모니카의 안부 전해 주세요. 안녕히 계세요. 참, 마우라에게도요. 부온 나탈레(Buon Natale, 성탄을 축하합니다)!”

 

 

▲ 혼인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는 시뇨르 피르미노와 시뇨라 데레사.

 

이들은 왜 ‘맘마 미아’를 입에 달고 살까

 

★왜 이탈리아인들은 맘마 미아(Mamma mia)를 입에 달고 사는가? 다양한 손짓의 제스처와 미사여구의 관용구를 많이 쓰는 그들의 표현 중 하나가 단연 ‘맘마 미아’이다. 알다시피 엄마는 진정한 기준점, 특히 가정이라는 영역에서 어머니가 주는 위로와 보호, 애정을 대신해 줄 존재이다. 맘마 미아라는 표현의 기원은 아마도 마돈나(Madonna)이자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로 귀결되는데,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마돈나의 표정과 통고는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의 개념을 잘 나타내 주기 때문인 듯하다.

 

우리는 또한 어머니가 아이를 배는 기간, 또 출산 직후에 가장 먼저 만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 존재는 안전함과 편안함으로 경험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나의 아버지’ 또는 ‘나의 할머니’라는 표현보다 자연스레 “맘마 미아’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썼을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은 다양한 상태의 감정을 묘사하며 놀람과 감탄, 실망과 분노 등을 나타내기 위해 이 말을 쓰는데, 이 단순한 문장이 다른 성조로 발음되면 그 의미가 달라진다. 이 한 문장 ‘맘마 미아’는 놀라는 순간에 행복과 놀라움으로 이해되지만, 무서워할 때는 두려움으로 표현된다. ‘아니, 왜 안돼?’라는 뜻으로 ‘맘마 미아’를 외치면, 실망의 의미로 이해된다.

 

아무튼 엄마(Mamma)라는 강력한 문구가 떠올려지는 이탈리아인들의 이 ‘맘마 미아’는 호기심의 문구일 수밖에 없다.

 

 

레시피 / 봉골레 스파게티(Spaghetti al vongole)

 

▲준비물 : 봉골레(바지락) 200g, 스파게티 120g, 올리브 유(엑스트라 버진) 3큰술, 마늘 한 쪽, 후추, 생 이탈리안 파슬리(Prezzemolo) 2줄기.

 

→바지락은 잘 해감하여 흐르는 물에 씻는다. 팬에 씻어 건진 바지락을 넣고 센 불로 살짝 익힌다. 입이 벌어지면 체에 밭쳐 두고, 바지락에서 나온 육수는 면보에 걸러 담아 놓는다. 살은 반만 발라내고 반은 껍질째 흐르는 물에 씻는다. 해감을 아무리 잘해도 살 속에 갯벌 흙이 조금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스파게티(또는 Linguine)를 넣는다. 중약불에 올리브유를 팬에 넣고 으깬 마늘 하나를 넣고 황금색이 나도록 익힌 다음 꺼낸다.

 

→알덴테(al dente. 면 가운데에 아직 덜 익은 부분이 보였을 때)일 때 팬의 올리브유와 함께 동그랗게 저어가며 볶는다. 바지락 육수를 조금씩 넣어가며 크림화한다. 이때 면을 먹어봐야 하는 이유는 바지락 육수(간이 세기 때문)를 적당히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익어가면 정리된 바지락 살을 넣고, 올리브유를 조금 두르고, 센불에 볶은 다음, 다진 생 이탈리안 파슬리를 넣고 후추를 살짝 뿌린 뒤 접시에 담는다.

 

▲모니카 팁 : 봉골레 파스타는 누구나 맛있게 만들 수 있는 파스타이다. 롱 파스타(스피게티, 링귀네, 페투치네)가 어울린다. 같은 방법으로 홍합(Cozze)으로 대신해도 맛있다. 페페론치노(Peperoncino, 이탈리아 요리에 사용되는 매운 고추 일반) 두어 개를 마늘과 같이 넣으면, 칼칼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 오일 파스타이다.

 

 


 

고영심(모니카) 디 모니카(di monica) 대표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 선교학 석사, 박사과정 수료 ▲교황청립 라떼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혼인과가정신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 ▲현재 수원가톨릭대 강사 ▲통번역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설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 ▲쿠치나 메디테라네아(지중해식) ‘디 모니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