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순 시인(안성) / 이런 연애
입술 맞물렸다 물기와 웃음기 사라진다 비릿함도
박경순 시인(안성) / 침대의 습격
뇌출혈로 쓰러진 권 시인은 열 두개의 다리 건너에 있다 열두 대문이라면 얼마나 걸음이 휘청거렸을까 그래도 다리 난간에 부딪치지 않으려고 호흡조절도 하고 보폭도 좁혀 걷는다
굴곡을 넘나들기까지 얼마나 깊은 인연의 가닥들이 눈물바람 속에 흩어졌을까 제 몸에서 뽑아낸 줄에 매달려 사는 거미는 그 줄이 끊기면 공중도 잃게 된다지 목숨을 이어줄 계기판의 숫자를 읽는 눈초리가 곡예를 보듯 호흡을 멈추게 한다
낮과 밤의 경계가 풀어진 침대 선잠의 여백은 습관적으로 눈꺼풀을 지운다 남은 시간 잘살아야겠다는 신음소리가 잘 죽어야겠다는 탄식으로 들린다. 자리보존하고 누운 머리 맡으로 한기가 엄습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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