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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경순 시인(안성) / 이런 연애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3. 10.

박경순 시인(안성) / 이런 연애

 

 

입술

맞물렸다

물기와 웃음기

사라진다

비릿함도

 

 


 

 

박경순 시인(안성) / 침대의 습격

 

 

 뇌출혈로 쓰러진 권 시인은 열 두개의 다리 건너에 있다 열두 대문이라면 얼마나 걸음이 휘청거렸을까 그래도 다리 난간에 부딪치지 않으려고 호흡조절도 하고 보폭도 좁혀 걷는다

 

 굴곡을 넘나들기까지 얼마나 깊은 인연의 가닥들이 눈물바람 속에 흩어졌을까 제 몸에서 뽑아낸 줄에 매달려 사는 거미는 그 줄이 끊기면 공중도 잃게 된다지 목숨을 이어줄 계기판의 숫자를 읽는 눈초리가 곡예를 보듯 호흡을 멈추게 한다

 

 낮과 밤의 경계가 풀어진 침대 선잠의 여백은 습관적으로 눈꺼풀을 지운다 남은 시간 잘살아야겠다는 신음소리가 잘 죽어야겠다는 탄식으로 들린다. 자리보존하고 누운 머리 맡으로 한기가 엄습해온다.

 

 


 

박경순 시인(안성)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출생. 1998년 <물푸레나무의 신화 속에서>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밥상 차리는 노라』, 『사랑아, 내가 널 쓸쓸하게 했구나』, 『지독한 마법』, 『꽃 가운데 김 여사님』, 『네가 부르는 소리에 내가 향기롭고』 『이팝꽃 가문』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