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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선애 시인 / 와瓦꽃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13.

권선애 시인 / 와瓦꽃

 

 

백 년이 닿은 곳마다 지붕에 꽃이 핀다

아버지 등 나의 등 서로 기대앉으면

가풍을 견뎌낸 줄기

꼿꼿이 일어선다

 

숟가락에 얹은 밥은 오래된 씨앗일까

나이가 피는 동안 잇몸이 여문 당신

밑동을 지탱하다가

한 세기가 기운다

 

천둥 번개 다 받아내 사무친 골자리

굽어진 등허리에 속절없이 번진다

걸어온 백수의 숨 꽃

온 힘 다해 만개한다

 

-《시조미학》 2022, 겨울호

 

 


 

 

권선애 시인 / 샐러드 바

 

 

기호 1 기호 2 기호 3 기호 7

시든 나라 살린다는 소리를 트럭에 얹고

바닥난 민심을 골라 맛있는 냄새 풍긴다

 

가는 곳마다 잘 차려진 공손한 말솜씨

목 터지는 7의 연설은 제값을 할 수 있을까

공약을 편식한 내 귀 덤으로 살이 찐다

 

곳곳에 양념으로 내걸린 현수막

골라 먹을 약속들은 샐러드 바 차림처럼

알면서 중독된 그 맛 그 나물에 그 밥인데

 

 


 

 

<중앙시조백일장 1월 장원당선작>

권선애 시인 / 외동덤

 

 

등 뒤에 꼭 붙어 나란히 누워 있다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 잠들고 싶었는데

어미의 품속인 듯해 파도 없이 잠이 든다

 

보육원에서 태어난 내 이름과 생년월일

그곳에서 뛰쳐나와 풍파 속 유영할 때

기대고 싶어서일까 젖은 등을 내밀었다

 

피붙이 하나 없이 덤으로 끼워져

풀어 놓은 날들은 눈치만 싱싱했다

혼자서 등 떠밀려도 물결 따라 여기까지

 

 


 

권선애 시인

1964년 충북 음성에서 출생. 계간 《포엠포엠》 2013년 겨울호에 〈붉은 꽃〉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란 동인. 안산여성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