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애 시인 / 와瓦꽃
백 년이 닿은 곳마다 지붕에 꽃이 핀다 아버지 등 나의 등 서로 기대앉으면 가풍을 견뎌낸 줄기 꼿꼿이 일어선다
숟가락에 얹은 밥은 오래된 씨앗일까 나이가 피는 동안 잇몸이 여문 당신 밑동을 지탱하다가 한 세기가 기운다
천둥 번개 다 받아내 사무친 골자리 굽어진 등허리에 속절없이 번진다 걸어온 백수의 숨 꽃 온 힘 다해 만개한다
-《시조미학》 2022, 겨울호
권선애 시인 / 샐러드 바
기호 1 기호 2 기호 3 기호 7 시든 나라 살린다는 소리를 트럭에 얹고 바닥난 민심을 골라 맛있는 냄새 풍긴다
가는 곳마다 잘 차려진 공손한 말솜씨 목 터지는 7의 연설은 제값을 할 수 있을까 공약을 편식한 내 귀 덤으로 살이 찐다
곳곳에 양념으로 내걸린 현수막 골라 먹을 약속들은 샐러드 바 차림처럼 알면서 중독된 그 맛 그 나물에 그 밥인데
<중앙시조백일장 1월 장원당선작> 권선애 시인 / 외동덤
등 뒤에 꼭 붙어 나란히 누워 있다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 잠들고 싶었는데 어미의 품속인 듯해 파도 없이 잠이 든다
보육원에서 태어난 내 이름과 생년월일 그곳에서 뛰쳐나와 풍파 속 유영할 때 기대고 싶어서일까 젖은 등을 내밀었다
피붙이 하나 없이 덤으로 끼워져 풀어 놓은 날들은 눈치만 싱싱했다 혼자서 등 떠밀려도 물결 따라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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