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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용옥 시인(익산) / 어머님 사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15.

김용옥 시인(익산) / 어머님 사진

 

 

내 지갑 속에는 낡은 사진이 한장 있다

가르마를 타고 비녀를 꽂고

하얀 저고리에 검정 치마

꽃병 받침에 팔꿉을 하고

양손을 단정히 포개 접은 사진 한장

반세기 전 내가 초등학교 시절

돌아가신 어머님 사진이다

반세기를 내 지갑 속에서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세월을 보내고

오늘까지 간직한 사진

세상살이 고달프고 힘들 때

어렵고 힘든 일에 부딪히고 넘어야할 때마다

그때마다 들여다보는 어머님 사진

그때마다 어머님은

얘야 춥다

내가 학교에서 돌아와 마당에 들어서면

얼른 껴안고 들어가

이불을 푹 씌워주며

다독여 주시던 것 같은

포근함에 눈물 젓기도 합니다

 

 


 

 

김용옥 시인(익산) / 너의 서쪽이 나의 동쪽

 

 

내가 잘 아는

나는 언제나 너의 동쪽이어서

너의 새벽을 깨우는

아침해가 밝아오는 곳

너의 어둠을 감미로이 어루만지는

달빛이 돋아나는 곳

 

네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나는 언제나 너의 서쪽이어서

우두커니 해가 저물기를 기다리는 땅,

산새랑 들새랑 날아오르며

햇빛과 열애하는 광기를 잃어버리는 저녁이면

지친 등 너머 그림자를 길게 늘이는

너, 피로한 객이 쉬어가는 땅

 

너의 서쪽이 언제나 나의 동쪽인 것을

생각해보지 않은 너는

진실로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는

완전한 타인

 

- 「시문학』(2011년 1월호) -

 

 


 

김용옥 시인(익산)

1946년 전북 익산 출생, (金容玉). 1988년『시문학』추천완료. 중앙대학교 영어영문과 졸업​. 전북문학상, 박태진문학상, 전북예술상, 전북 해양문학상, 구름카페문학상, 전영태문학상, 다수. ​시집 :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이유는』 『세상엔 용서할 것이 많다』 『누구의 밥숫가락이냐』 『이렇게 살아도 즐거운 여자』 『새들은 제 이름을모르다』 수필집 :​ 『生놀이』 『틈』 『아무것도 아닌 것들』 『생각 한 잔 드시지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