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 시인(익산) / 어머님 사진
내 지갑 속에는 낡은 사진이 한장 있다 가르마를 타고 비녀를 꽂고 하얀 저고리에 검정 치마 꽃병 받침에 팔꿉을 하고 양손을 단정히 포개 접은 사진 한장 반세기 전 내가 초등학교 시절 돌아가신 어머님 사진이다 반세기를 내 지갑 속에서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세월을 보내고 오늘까지 간직한 사진 세상살이 고달프고 힘들 때 어렵고 힘든 일에 부딪히고 넘어야할 때마다 그때마다 들여다보는 어머님 사진 그때마다 어머님은 얘야 춥다 내가 학교에서 돌아와 마당에 들어서면 얼른 껴안고 들어가 이불을 푹 씌워주며 다독여 주시던 것 같은 포근함에 눈물 젓기도 합니다
김용옥 시인(익산) / 너의 서쪽이 나의 동쪽
내가 잘 아는 나는 언제나 너의 동쪽이어서 너의 새벽을 깨우는 아침해가 밝아오는 곳 너의 어둠을 감미로이 어루만지는 달빛이 돋아나는 곳
네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나는 언제나 너의 서쪽이어서 우두커니 해가 저물기를 기다리는 땅, 산새랑 들새랑 날아오르며 햇빛과 열애하는 광기를 잃어버리는 저녁이면 지친 등 너머 그림자를 길게 늘이는 너, 피로한 객이 쉬어가는 땅
너의 서쪽이 언제나 나의 동쪽인 것을 생각해보지 않은 너는 진실로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는 완전한 타인
- 「시문학』(2011년 1월호) -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상요 시인 / 아노미 상태 외 2편 (0) | 2023.04.16 |
---|---|
김병휘 시인 / 사과여행 (0) | 2023.04.15 |
서수찬 시인 / 국경을 지키는 일 외 1편 (0) | 2023.04.15 |
조창규 시인 / 불안한 상속 외 1편 (0) | 2023.04.15 |
박은수 시인 / 물수제비 외 1편 (0) | 2023.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