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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환 시인 / 꽃
너의 고운 흔들림 앞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바람 한 점 없어도 흔들리고 바람 아무리 불어도 꺾이지 않는
너의 그윽한 입술 위에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햇살 한 올 포개주고 싶다 새벽보다 일찍 열리고 늦은 저녁보다 오래 남아 빛나는
흔들리면서 흔들리지 않고 어둠 속에서도 그 빛 잃지 않는 잠깐이면서 끝없이 목숨 이어갈
너의 뜨거운 이마 위에 세상에서 가장 서늘한 별빛 하나 얹어주고 싶다
그 오랜 낮밤을 건너, 오늘 이리도 귀한 반짝임으로 내 앞에 마주 선
배창환 시인 / 아버지의 추억
우리 집 짓는데 일꾼 중에 꼭 지금의 내 나이만 한 아버지를 닮은 분이 있다 나보다 훨씬 늙으신, 얼굴이 검게 그은 사진 속의 아버지처럼 담 그늘에 앉아 담배도 뻑뻑 피우시고 막걸리도, 참으로 받아낸 국수도 그냥 들이켜신다 내일부턴 일이 없다며 돈 받아 세어선 뒷포켓에 찔러넣고 술 한잔 하러 가자며 쓸쓸히 돌아서는 그 모습이 연생 아버지다 아마도 시장통 포장마차 선술집으로 가시는 거다
언젠가 대구 반고개서 시외버스 기다리다 뒷모습이 꼭 닮은 아버지를 본 적이 있다 아 · 부 · 지 · 이ㅡ 달려가며 고함 꽥 지르고 싶었지만 발이 땅에 달라붙어서 목구멍에서 소리를 내보내지 않아서 가만히 아버지…… 하고 말았다
아부지…… 이렇게 중얼거리면 더욱 그리워지는 아버지 때문에, 시장통 술집에 앉아 그 옛날 아버지와 가 본 가천 장날 그 돼지국밥에 막걸리 한 병 따라놓으면 목이 뜨거워 술이 술술 잘 안 넘어간다 아버진 이런 날도 산중에 계신다 흙이 되신 지 벌써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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